매일신문

농민들 희비의 쌍곡선

최근 마늘과 양파, 배추,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의 등락이 작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면서 농민들 사이에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마늘과 양파의 경우 작황이 좋은데다 가격마저 올라 농민들이 만족해 하고 있다.

그러나 배추는 값이 폭락하면서 도시 상인들이 계약금까지 포기할 정도여서 농민들이 밭을 갈아 뒤엎는 등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지마늘 주산지 의성 경우 수확을 앞둔 요즘 마늘 농가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이는 1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잘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당수의 농가들은 벌써 마지기(200평)당 평균 240만~250만원을 받고 상인들에게 밭떼기로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특히 한지마늘 대량 재배지인 사곡면의 김순조(49.여)씨는 한마지기당 360여만원을 받고 마늘밭을 팔아 올해들어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성군농업기술센터 김대규 지도사는 "올해는 습해 등 악조건 속에서도 작황이 평년작을 웃돌고 있는 가운데 사곡 오상들 마늘밭의 경우 상인들로부터 최고가를 제시받고 있으나 농가들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수확기의 올 산지 양파값도 4, 5년만에 최고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모처럼 농민들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양파수확이 한창인 요즘 산지 양파값이 지난해보다 평균 25%이상 오른 가격에 팔리면서 상인들이 수확한 양파를 현지에서 직접 수매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산지 양파값은 수확한 양파를 1, 2개월 야적해 두고도 20kg들이 한망태 5천500원에서 6천원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밭에서 7천500원에서 8천원에 팔려 농민들이 만족해 하고 있다.

각남에서 1천600평의 논에 양파를 재배한 정모(50)씨는 지난 9일 수확과 동시 현지에서 8천원에 모두 팔려 3천만원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이경홍 청도군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은 "지난해 양파가 봄철 잦은 비와 태풍피해 등으로 습해를 받아 저장 양파의 50 ~60%가 썩었고 이 때문에 현재 재고량이 바닥나 양파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겨울 시중 양파값이 3만2천원(20kg)까지 치솟는 양파 파동이 일어나 정부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입한 양파가 2만8천797t이나 된다는 것.

이처럼 한지마늘은 난지 등 여타 마늘과 달리 수확을 일주일 앞두고 폭등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북북부의 사과.자두.고추.배추 재배 농가들은 연일 한숨만 내쉬고 있다.

경북북부의 청송과 의성 등지 사과농들은 특히 지난해 사과를 아직 처분하지 못해 저온창고에 보관중인 상태에서, 지난 4월과 5월의 냉해와 우박피해 등으로 올가을 수확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기가 크게 저하돼 있다.

영양.청송 등지의 고추농가들 또한 냉해와 우박피해 등으로 시름에 차 있는 가운데 자두농가 역시 지난 4월과 5월 냉해피해로 결실이 큰폭으로 떨어져 울상을 짓고 있다.

자두농가들에 따르면 만생종인 '후무사' 경우 결실이 예년의 30%도 못미치자 올 자두농사를 망쳤다는 한숨섞인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자두농 신동석(46.의성군 봉양면 장대리)씨는 "개화기 때만 해도 풍작의 꿈이 부풀었으나 이제는 모든게 허사가 돼 올농사를 포기했다"며 "자두 경우 농작물 재해보험에서도 제외돼 보상받을 길이 막막한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올봄 '금추'로 불렸던 배추가 병충해.우박 피해에다 가격까지 크게 폭락하자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농민들은 배추밭을 갈아엎는 등 배추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배추 집산지인 영양군 석보.입암 등지에는 최근 여름배추 본격 출하철을 맞았으나 상당수 농민들이 배추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석보면 김영종(65)씨는 "1천200평 배추밭을 평당 2천500원씩 300만원에 밭떼기로 팔기로 하고 150만원을 선금으로 받았으나 가격 폭락으로 상인이 나타나지 않아 결국 갈아 엎었다"며 한숨지었다.

석보면 지경리서 만난 상인 정성철(57.서울거주)씨는 "현재 서울 등 대도시 여름배추 시세는 4.5t 트럭기준 7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로 차량운임과 수확에 따른 인건비도 안 돼 선금만 날린채 구입을 포기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영양지역 농민들은 배추무사마귀병 피해에 이어 판로까지 막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체작목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송군 현서.안덕.파천 등지의 고냉지 채소 재배단지에도 배추가 포기당 60원선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되자, 일부 농민들이 모심기를 위해 밭떼기로 갈아엎거나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송지역 8개 읍면장과 새살림회 등 사회단체들이 배추 팔아주기에 나섰는가 하면, 읍면 쓰레기 수거차량을 배추 배달차량으로 동원한 가운데 공무원들이 작업인부 역할을 하는 등 배추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소작농 김모씨는 "50여만원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5천평의 밭에 배추농사를 지었으나 우박과 무사마귀 병 피해에다 가격마저 크게 떨어져 농사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의성군 봉양면 안실들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종진(37)씨도 "배추밭 400평을 밭떼기로 팔기로 하고 계약금 50만원을 받았으나 상인이 나타나지 않아 조만간 갈아엎을 것"이라고 했다.

최봉국.장영화.이희대.김경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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