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의 역투가 계속되는 동안 박찬호(30)는 상대팀 덕 아웃에서 이를 물끄러미 지켜봤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비싼 몸값을 받고 에이스 역할을 요구받았으나 부상으로 인해 부진,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박찬호는 한때 자신이 LA다저스에서 마운드의 기둥으로 떠올랐듯이 뉴욕 메츠 마운드의 버팀목으로 급성장한 서재응(26)을 보고 상념에 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서재응은 12일 텍사스 알링턴구장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인터리그 뉴욕 메츠와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 8안타 2사사구 2실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4승(2패)째를 따냈다.
방어율도 2.88로 수준급. 메츠 타선은 클리프 플로이드의 홈런 등으로 서재응을 지원하며 8대2로 승리했다.
시즌 초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나지 않는 것이 최대 목표였던 그는 이제 까다롭기 그지 없는 뉴욕 팬들과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팀 마운드의 기둥으로 자리잡았음은 물론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서재응은 102개의 투구 중 69개를 스트라이크존에 던졌다.
스트라이크 개수가 문제가 아니고 스트라이크 같은 볼, 볼같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텍사스의 강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특히 수직으로 크게 떨어지는 커브가 잘 먹히며 상대 타자들을 농락했다.
뉴욕 메츠는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 뉴스에 서재응의 역투를 톱 기사로 다루며 서재응이 80년대 중반 활약했던 호세 레이에스 이후 가장 두드러진 신인이라고 극찬했다.
아트 하우 메츠 감독도 경기 후 "메츠의 선발투수들이 최근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하지 못해 고전하는 가운데 그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몫을 해주는 것은 멋진 일"이라며 "그는 모든 투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던질 수 있으며 스트라이크존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제구력으로 다른 젊은 투수들과 구별된다"고 치켜세웠다.
서재응의 강점은 시속 147~ 148km 정도로 빠르지는 않지만 묵직한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철저히 이용하는 탄탄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구사하는 것.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연상케 하는 투구 패턴은 실전에서 더욱 위력적으로 나타나 안타를 맞더라도 연속 안타를 잘 허용하지 않는 등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이게 한다.
올시즌 12경기에서 8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고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피칭으로 1.80의 방어율을 보였으며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가 패전으로 내 몬 팀들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메이저리그의 강팀들이며 그는 톰 글래빈, 알 라이터 등 팀의 1, 2 선발 투수들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12일 경기 직전 미국의 '스포츠 위클리'지가 선정한 신인왕 후보 순위에서 그는 광주일고 2년 후배인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재비어 내디에 이어 3위에 선정됐다.
올 시즌 10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방어율도 3점대를 유지한다면 최희섭과 함께 치열한 신인왕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강선우 감싼 민주당 원내수석…"전혀 문제 없다"
"꾀병 아니었다…저혈압·호흡곤란" 김건희 여사, '휠체어 퇴원' 이유는
[사설] 민주당 '내란특별법' 발의, 이 대통령의 '협치'는 빈말이었나
[홍석준 칼럼] 우물안 개구리가 나라를 흔든다
강선우 '스쿨존 내로남불' 이어 '갑질 내로남불' 의혹에 우재준 "李대통령 어찌 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