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남북회담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2007년 정상회담의 약속대로 남북 총리회담이 2박 3일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비록 임기 말이고 선거 국면이라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49개 항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행에 관한 제2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와 2개의 부속합의서를 채택할 정도로 성공적인 회담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합의서의 채택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회담 분위기도 좋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총리회담의 진행과정을 볼 때, 국방장관 회담을 포함하여 남북한 간 다양한 회담은 순항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이것은 곧 바로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한 평화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남북한 간의 대화가 활발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재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회담 간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핵심이 되었던 장관급 회담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총리회담이 정례화되면서 기존 장관급 회담은 소멸되는 것인지 아니면 총리회담과 별개로 지속되는지가 불투명하다. 만일 국방장관 회담도 순항하면서 정례화되고, 부총리급이 주도하는 경제관련 회담이 성사된다면, 그리고 남북한 간에 이미 합의가 되어 있는 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가 가동되면 통일부 장관이 참여하였던 기존의 장관급 회담은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관계 전반에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총리급 회담을 비롯한 전문분야 회담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문제는 남아있을 수 있다.

2007년 정상회담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으면서도, 합의사항들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회담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 문제가 앞으로 진행될 각종 회담의 수준을 혼란스럽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실무회담, 장관급 회담 그리고 총리급 회담과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각급 회담에 다루어야할 주제들의 차원과 격이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것을 최고위급이 결정하여야 하는 북한의 딱한 사정을 고려할 때,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사항 도출이 불가피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간 소통구조의 정비는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 간 회담이라는 점에서 남북한 간의 합의가 중요하겠지만, 먼저 남쪽 내에서 각급 회담의 위계관계 정립과 각급 회담 담당 부처 및 회담 간 대상 정리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총리급 회담이 정점에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각 회담을 관련 주제별로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회담 간의 위계 문제 등은 단순히 회담의 정비를 넘어서서 정부 내 대북문제 및 통일문제의 업무분장과도 연결된다는 데 사안의 복잡성이 있다.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면서 통일부만이 남북관계 업무를 관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문제는 재경부, 문화교류는 문화부 그리고 인도적 지원문제는 복지부의 전문성이 절실해지면서 통일부의 능력은 한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회담의 정비는 곧 정부 내 대북문제 및 통일문제의 업무분장의 재고가 필요하게 된다.

정권 교체기에 정부의 업무분장을 새롭게 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남북관계의 활성화로 비롯된 각급 회담의 증가과정에서 미래지향적으로 회담 간 관계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총리회담, 장관회담, 실무회담 등 남북회담 간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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