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통합민주신당이 17대 대선 참패 후 첫 의원총회를 열어 진로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노무현 책임론'만 무성했을 뿐 정작 필요한 당 살리기 해법은 찾지 못했다. 지엽적 문제인 지도체제 개편을 놓고 경선이냐, 합의 추대냐로 설왕설래하는 정도에 그쳤다. 대선 참패의 충격으로 풀 죽고 지리멸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한심한 논의들이다. 국민들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신당은 먼저 대선 참패의 이유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찬 국정운영으로 국민을 정권의 놀림감으로 만든 게 누구였던가. 집권이 전리품인 양 핵심인사부터 말단인사까지 같은 패거리로 채우고, 그것도 부족하여 권력을 떵떵거리는 저급한 완장 문화로 나라를 어지럽혔다. 철 지난 좌파이념을 맹종하여 5년 내내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 기억밖에 없다. 대선이 임박하자 국정 실패를 호도하며 당 세탁으로 국민 눈을 속이려 한 것도 바로 그들이다. 이런 신당에 누가 국가의 권력을 마음 놓고 위임할 수 있겠는가. 신당이 정치집단으로 살아남으려면 과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앞서야 한다.
그 반성은 인적 청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엉터리 정치노선을 주도하거나 거기에 영합한 정권의 핵심인물들을 당에서 모두 걷어내야 한다. 정동영 후보부터 대국민 사죄와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자정노력이 없는 한 신당은 국민의 신뢰도, 재생의 터전도 마련할 수 없다.
신당의 도덕적 위기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대안이 없더라도 한나라당 배신의 딱지가 붙은 손학규 씨나 당 세탁에 앞장선 김한길 씨를 대표로 거론한다는 것은 '도로 신당'을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적 지지가 있는 신선한 인물을 내세워 당 체질을 확 뜯어고치지 않는 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제1당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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