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여담女談] 문자 메시지

#문자 메시지

주부들 사이에 문자 메시지 내기가 유행이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 후 가장 먼저 답을 받는 이가 찻값이나 음식값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사랑을 제일 많이 받고 있으니 밥값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살짝 시샘도 들어있는 듯한 이 내기는 서울에서 꽤 인기 있는 모양이다.

아내들의 이런 모습을 두고 남편들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게 아내다. 문자 메시지에서도 사랑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확인하고 싶은 것이 여자들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연인들 사이엔 문자 메시지로 상대방을 사로잡는 비법까지 등장했다. 그 내용이 '상대방의 문자에 15분 내로 절대로 답하지 말 것' '세 줄 이상 길게 보내지 말 것' '지나치게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하지 말 것'이다. 이유가 재미있다. 늦은 답장으로 반가움을 더 크게 하고, 짧은 글로 하릴없는 사람처럼 안 보이게 하고, 지나친 장식으로 가벼운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란다.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이처럼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교는 결코 진실함을 따르지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문자 메시지가 맞춤법도 틀리고 띄어쓰기도 맞지 않은 노모의 글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글 속에는 돋보기를 끼고 한자한자 찍어가는 노모의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자식이 있기 때문에 최고의 감동을 주는 것이다. 마음의 힘이다.

이처럼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는 문자 메시지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다. 배려와 이해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 수십통씩 문자 메시지를 보내긴 쉬워도 정작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가 어려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자 메시지를 순 우리말로 바꾸면 '쪽글'이다. 아주 짧은 글이라는 의미다. 이 작은 글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음마저 움직이게 한다. 이것을 아주 잘하는 이가 바로 KBS 김영숙 아나운서다. 그는 만남이 끝나면 꼭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데 그 내용이 그날 만남에 대한 적절한 느낌과 감이 살아있어 받는 이로 하여금 순식간에 행복감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는 이런 행복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퍼뜨리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참으로 놀라운 재주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긴 수식어나 화려함이 필요없는 모양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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