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원류 산책-40]쵸이나 쵸이나(좋구나 좋구나)

한국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경상도 사람들은 말을 하다가 말문이 막히거나, 생각이 잘 안 날 때는 그 사이를 잇는 말로 '마'나 '네'를 곧잘 사용하는데, 대개 연설할 때 보면 말을 잘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가 이 '마' 와 '네'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그런데 마-", "그래서, 네" 등으로 고대에도 도래인들이 농사짓는 것을 열심히 가르쳐 주다가 말이 안 통할 때 이"마,네"를 연발하였을 텐데, 이때 잘 따라하면 "그래 맞네"하면서 칭찬겸 격려도 하였을 것이다. 이 때의 '맞네'가 일본어의 '마네'(まね)로, '흉내, 따라하기'라는 뜻으로 바뀌지만, 농사짓는 것을 따라하는 것은 그냥 흉내가 아니라 삶의 귀중한 지식을 배우는 공부로써 이 '마네'에서 파생된 말이 '마나부(學ぶ)' 즉 '배우다'라는 말이 되었다는 것은 앞에서 소개한 바다.

수렵 생활을 하던 그들이 농사를 배워 풍년이 되고 쌀이 가득하면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 행복한 계절이 오는데, 그것이 겨울이다. 그래서 겨울은 푹 쉬고놀자의 '푹' 이 '후유'(冬) 즉, '겨울' 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넉넉함은 감사함을 동반해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조상신께 제사 지내고, 술과 떡을 만들어 한 잔 마시고 즐기며 어울릴 때면, 예나 지금이나 노랫가락이 절로 나오고 흥을 돋구게 되는데, 고대 도래인들도 이렇게 기분이 좋으면 "좋구나 좋구나"하고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듣던 원주민들은 아, 기분 좋으면 '쵸이나 쵸이나'(チョイナチョイナ)라고 하고, 이럴 때 누가 옆에서 무얼 얘기하면 "그랴 그랴"라고 한 것을, 이 말도 그대로 '고랴고랴'(コリャコリャ)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인들은 흥이 나고 기분이 좋을 때면 "고랴고랴, 쵸이나 쵸이나"라고 장단을 맞추며 즐기는데, 이런 말들은 그들의 기분이 최고조로 달했다는 표시이다. 그런데 현대 일본인들에게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몰라요'하는 답이 돌아온다. 그야 그럴 수밖에… 아주 오래된 '고대 한국어'니까.

식당에서 일본인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 나오는 반찬을 하나하나씩 다 먹은 다음, 마지막으로 밥은 물에 말아서 단무지 두쪽으로 해치운다. 우리처럼 밥상에 김치, 깍두기, 고추장, 국 등을 잔뜩 늘어놓고 이것저것 섞어서 먹는 방법을 잘 모른다. 우리는 김치하면 누구든지 밥하고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기본 상식인데, 일본인들은"기무치 오이시이"(김치 맛있어)하면서 김치만 먼저 먹고 밥은 나중에 물에 말아서 후루룩 들이키고 만다. 이런 일본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밥만 먹으면 맛이 없다"고 해서 멋대가리 없는 사람을 "밥맛"이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밥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국어가 일본으로 건너가기만 하면 품격이 높고 깊어지는데 이 '맛'이란 말만은 '마즈이'(不味い)로 '맛이 없다'는 뜻이 된 사연을 알 것만 같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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