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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여진」/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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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개의 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흘러갔던 바퀴가

다시 나를 향해 달려온다

끊어진 철로처럼 누워

나는 불안한 진동을 감지하는 바닥인가

이 순간 나는 유신론자 아니 유물론자 아니 아무 것도 아닌

다만 닥닥 부딪치는 이빨을 소유한 자

그러나 나의 떨림에도 근원은 있다

차가운 내 살 속에도 자갈과 모래처럼, 또 나뭇잎처럼 켜켜이 쌓인 사람들이 있다

지붕 없이 이빨도 없이 새들은 벌써 이곳을 떠나고

뒤틀려 열리지 않는 문짝 속에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는 휘어져버린 시간

당신의 밤은 무사한가

오늘은 기차처럼 몸을 떨고

목소리는 나의 것이 아니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모든 사물이 제자리로 가기 위해 흔들린다,는 생각

김지녀의 시선은 평범한 것들을 관통하는 성찰에 못박혀 있다. 그 시선이 돌발적인 것이 아니므로 정서의 편안함에 기대어 쉽게 읽힌다는 게 이 젊은 시인의 미덕이다. 근작시집 『시소의 감정』은 익명이거나 사소한 사물에 대한 감정이다. 익명이지만 특별하고, 사소하지만 몸이 떨리는 감정이다. '수백 개의 뼈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모든 사물이 제자리로 가기 위해 흔들린다,는 생각' 같은 구절이야말로 김지녀에게서만 발견되는 서정법이다. 그 말 앞에 성찰, 존재, 사유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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