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공미술 시대…<4> 공공미술의 한계와 가능성

1회성 보여주기식 이벤트 그만…주민과 소통하고 꾸준히 관리를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 설치된 안내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삼가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 설치된 안내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삼가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사후 관리가 안돼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삼덕맨션 그래피티 작업.
사후 관리가 안돼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삼덕맨션 그래피티 작업.

'벽화 관람시에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붕에 올라가거나, 집안을 기웃거리는 일은 삼가 주세요.'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을 찾은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작은 안내문이다. 담장벽화 사업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는 동피랑 마을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미술은 단순히 생활 공간에 미술을 입히는 작업이 아니다"며 "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주민과 소통하라

2000년을 전후해 제작한 담장벽화의 소재는 전통생활이 주를 이루었다. 전통 옷을 차려입은 어른이며 아이가 등장하고, 전통놀이를 하거나 생활상을 담은 내용. "옛날 생각이 나서 볼만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생뚱맞다"고 했다. 현재 설치된 담장벽화도 꽃이나 나무 같은 자연물 일색이다. 해당지역의 특색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2009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설명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담는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실질 수혜자인 주민들이 작가들의 작업을 돕고 새참을 날라주는 등 호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통영 동피랑 마을 벽화는 관 주도로 진행되면서 주민 동의가 배제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바가 없어 주민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미술인들은 작품의 수준도 문제 삼는다. 한 미술전문가는 "대구 시내 공공미술 작품 중에는 수준 이하가 많다. 담당 공무원들이 공공미술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혹평했다.

◆일회성에서 벗어나라

공공미술은 여전히 이벤트성으로 '일회성 환경미화' 수준이 많다. 예산과 인원도 한정되고, 행사가 끝나면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1999년 대구 곳곳에 제작된 담장벽화는 몇 해 지나지 않아 페인트가 벗겨지고 낙서로 뒤덮이면서 흉물이 됐다. 미관을 위해 설치한 작품이 오히려 도시미관을 해치는 원흉이 됐다.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많은 도시 특성상 오염되기도 쉬워 주관 단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담장벽화 가운데 1년 사이에 페인트가 벗겨지는 곳도 보인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훼손된 담장벽화 정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자체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대구 서구청 관계자는 "페인트가 벗겨진 담장벽화가 흉물스럽다는 지적에 따라 탈색이 거의 없는 반영구적 재료를 이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피티 작가들은 공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래피티 작가 배두호씨는 "방천시장 프로젝트 작업을 할 때 '신천대로 옹벽을 그래피티 작업 공간으로 개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할렘, 갱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씨는 "(마음 놓고) 작업할 공간만 있다면 그래피티 작가는 몰려들기 마련"이라며 "금전적 지원보다 정책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밑그림을 그리자

대구시도 도시디자인에서 공공미술의 역할에 주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도시디자인총괄본부는 현재 대구 시내 곳곳의 공공미술 현황을 조사 중이다. 다음달 말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이를 토대로 전문가 협의와 토론회 등을 거쳐 도시벽화 가이드를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도시디자인의 주도적 차원이 아닌 '우리 동네 꾸미기' 수준에서 그 표현내용과 내구성 등을 적절히 고려할 예정이다

대구디자인본부 김영대 본부장은 "구나 동 차원에서 진행하는 담장벽화 사업을 전체 도시디자인 차원에서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구간을 찾은 뒤에는 벽화의 내용과 질적 수준이 보장되도록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담당 공무원들은 "예산 확보가 문제"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의 의지와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 담장에 미술작품을 입히고 맨홀 뚜껑에 통영의 문화자산을 담게 한 것은 바로 통영시민이었다는 점을 참고할 만 하다.

글·사진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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