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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주한 美대사 피습…"한국사람 되고 싶다던 소탈한 분께 몹쓸 짓을…"

두달 전 안동 방문 다정다감 모습 인기…지역민들 충격

지난 1월 13일 안동을 방문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사)하회마을보존회 류왕근 이사장으로부터 하회탈을 선물 받았다. 이날 리퍼트 대사는 직접 하회탈을 써보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큰 호기심을 보였다.
지난 1월 13일 안동을 방문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사)하회마을보존회 류왕근 이사장으로부터 하회탈을 선물 받았다. 이날 리퍼트 대사는 직접 하회탈을 써보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큰 호기심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저를 파견했을 때 여러 가지 중요한 업무를 부여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불고기를 많이 먹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1월 13일 안동을 방문했던 마크 리퍼트(41) 주한 미국대사. 그는 한국신문협회 소속 지방 언론사 중 처음으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며 이 말을 처음으로 꺼냈다.

리퍼트 미국대사는 당시 인터뷰 내내 재치있는 입담을 보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기자와 한반도 안보문제와 FTA 발효 이후 양국 경제상황, 북미관계, 미국유학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가졌던 리퍼트 대사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었다.

리퍼트 미국대사는 외교전문가답게 질문마다 정책의 장단점을 짚었고 비핵화를 이루지 않는 북한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 끝에 기자가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아빠 미소'를 보이며 행복해했다.

리퍼트 대사는 왼쪽 손을 가슴에 대며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요즘 방을 꾸미는 등 준비를 하며 지낸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안동에 오려고 했지만 출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내도 한국문화를 무척 좋아한다. 가족이 함께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오고 싶은 곳이 안동"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가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네자 아이처럼 기뻐했다. 의성출신으로 자연치유 그림작가인 김효선(33) 씨가 기자를 통해 리퍼트 대사에게 그림 한 점을 선물한 것. 김 작가의 작품은 곧 태어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그린 '황금 나무' 그림이었다.

리퍼트 미국대사는 "태어날 아이 방에 걸어두겠다. 아내가 무척 좋아할 것이다. 그림도 무척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오지 못한 김 작가에게는 SNS를 통해 고마움을 표시했고, 이후 몇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이 그림에 대해 언급할 만큼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문화를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안동 방문 내내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고 바닥생활이 익숙하지 않지만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즐거워했다.

장애인 교육시설인 안동 영명학교를 방문한 리퍼트 대사는 지적장애인 학생들과 축구경기를 하며 땀을 흘렸고 안동소주를 만들 때는 직접 팔을 걷어 반죽하기도 했다. 그와 동행한 지역민들은 한국사람보다 더 애정이 넘치는 그의 행동에 놀라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당시 기자에게 "한국에는 정'(情)이란 것이 있다고 들었다. 아직 그 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내가 스스로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느낀다면 그 정에 더 가까이 가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한국에 살면서 한국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웃음 지었다.

한편 안동 방문 당시 그를 만났던 지역민들은 테러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동시 한 관계자는 "초강대국 미국대사답지 않게 정말 소탈한 분이셨는데 너무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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