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뉴턴의 제3법칙

1998년 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나왔을 때 기자는 그를 처음 봤다. 기자는 달성경찰서를 출입하던 병아리, 박 전 대통령도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잠시 퍼스트레이디 생활을 했지만 선출직 정치세계에서는 초보였다.

박 후보는 수줍음이 많았다. 개표 날이었다. 박 후보는 대구 남구에 있던 달성군청 2층 개표장에 올라왔다가 "후보는 못 들어와요"라는 선관위 직원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한마디 말도 못하고 돌아섰다.

20년 가까운 세월은 '박 후보'가 지녔던 수줍음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한 듯하다. 대구 달성군에서의 4선, 최대 보수 정당 대표, 제18대 대통령이라는 영광의 이력을 뒤로하고 탄핵과 구속수감이라는 치욕의 세월을 안게 된 그는 "20년, 30년 징역형을 선고할 테면 해보라"며 이른바 '옥중정치'를 선언했다. 오랜 침묵을 깬 법정 선언은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재판부의 얼굴을 벌겋게 달궈놨다는 후문이 나올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오늘날 현실에 적용되는 정치학 이론의 논리적 기초를 제공한 서구 정치사상가들은 물리학에서 종종 정치 이론을 이식해왔다. 국가의 기원을 설명해낸 '사회계약론'을 집대성했던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 개인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받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위체인 국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그의 역작 '리바이어던'은 갈릴레오의 역학을 근거로 삼았다.

'수줍은 사람'이었던 박 전 대통령이 20년 정치판에서 배워 옥중정치에 접목시킨 물리학 이론이 있었을까? 혹시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3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 원리가 아닐까? 뉴턴은 A물체가 B물체에 힘을 가하면(작용) B물체 역시 A물체에 똑같은 크기의 힘을 가한다(반작용)는 법칙을 정리해냈다.

"'정의의 관점에서만큼은 우리가 최고'라며 보수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에 나선 문재인 정부의 '작용'에 대해 필연적으로 '반작용'이 나타납니다. 그건 정치해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으로 압니다. 지난 추석 민심을 봐도 '반작용'이 나타날 조짐이 있습니다." 어느 정치인은 이렇게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치보복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현재 처지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뉴턴의 제3법칙은 오늘 우리 정치판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일까? 다음 달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처럼 국민들의 머릿속이 복잡성의 세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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