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edivalley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3) 세균 안에 초소형 공장

광합성 세균 이용, 바이오연료·플라스틱도 만들어요

복숭아는 어두운 방에서 먹으라는 옛말이 있다. 복숭아에 당분이 많아서 벌레가 쉽게 자란다. 밝은 곳에서 복숭아를 먹으려고 깎으면 꿈틀거리는 벌레를 보고 복숭아를 통째로 버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작은 벌레보다 훨씬 더 작아서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벌레, 즉 세균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어떻게 하면 세균들을 작은 통에 모아서 내가 원하는 물질을 만들도록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첨단과학자들이 많아졌다. 세균의 크기는 우리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수㎛)밖에 안 된다. 그래서 세균 하나가 아무리 값비싼 물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 양은 아주 적다. 그렇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수많은 세균들이 계속 생산해내도록 한다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유전공학기술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는데, 세균을 이용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장을 어떻게 만드는지 들여다보자.

◆광합성하는 세균

세균이라고 하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이 생각나고 위장이 약한 사람이라면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세균 중에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필요한 영양성분을 만들어서 살아가는 광합성 세균이 있다.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대표적인 광합성 세균인데 몸속에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서 광합성을 한다.

광합성 세균은 햇빛을 받아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포도당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세균에게 포도당을 만들라고 시키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포도당은 우리도 이미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값진 화학물질을 만들도록 시키고 싶은 것이다.

◆박테리아 화학공장

예전에는 세균을 단순히 배양하는 정도의 기술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유전공학과 합성생물학이 발달하여 어떤 특별한 유전자를 세균에 일부러 주입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한 화학물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세균에 넣고 그 세균들이 햇빛을 받아서 일광욕을 즐기도록 해주면 신나서 화학물질을 계속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시아노박테리아와 자색세균(purple photosynthetic bacteria) 등의 광합성 세균이 이용된다.

세균에 특별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넣어주어 인공대사가 일어나도록 대사를 조절하여 화학소재, 바이오연료, 플라스틱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탄올, 지방산, 부탄올, 부탄디올, 락틱산, 이소부틸알데히드 등의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조선대와 독일 보훔대는 시아노박테리아를 배양해서 수소나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하고 있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에서는 시아노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사람에게 필요한 연료를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공광합성으로 친환경 소재 생산

최근에는 광합성 세균을 사용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광합성을 사용하여 친환경 소재를 제조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광합성은 식물의 광합성 메커니즘을 모방해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캘빈 연구팀은 1970년대부터 25년 동안 식물의 광합성과 인공광합성을 함께 연구했다. 캘빈 연구팀을 통해서 식물 광합성에 대한 물 분해, 전자전달체, 광감응 착화합물 등과 같은 내용들이 많이 밝혀졌다.

스웨덴에서도 1994년 협력연구위원회(CAP)가 구성되어 인공광합성 연구가 진행되었다. 미국에서도 로렌스 버클리국립연구소와 캘리포니아공대가 중심이 되어 2010년에 인공광합성공동연구센터(JCAP)가 설립되었다. 이 센터는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여러 가지 화학소재나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상용기술을 2020년까지 개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솔라투퓨얼(Solar2

Fuel)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을 재료로 메탄올을 생산하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에서 질화물 반도체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기술이 도요타와 파나소닉에 의해서 개발되었는데 그 효율은 약 0.2% 정도 된다.

◆전기 쓰는 박테리아

아마존강에 600볼트(V)의 전기로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아먹는 전기뱀장어가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사람도 기절시킬 수 있다. 사람이 전기를 이용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동물이 전기를 사용한 것은 수천 년이 넘는다.

최근에는 세균 중에도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발견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광합성 미생물이 햇빛을 받아서 이산화탄소를 환원하는 것처럼, 지오박터(Geobacter)나 아세토젠(Acetogen) 등의 일부 세균은 전기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환원한다. 광합성 세균과 대사과정의 작동과정은 좀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만들어내는 물질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다양한 바이오소재 및 화학소재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 스포로무사 오바테(Sporo

musa ovate) 미생물이 전극 표면에 붙어서 자라면서 전자를 소비하여 초산과 오소부티레이트라는 화학물질을 소량 생산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그리고 대장균이 전기생합성하여 부탄올, 부탄디올, 에탄올, 프로판디올 등과 같은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아주 작은 화학공장에서 물질을 생산해 내는 것과 같다.

세균을 이용한 화학물질 생산에 관한 연구는 초기 단계에 있다. 실제 산업에 이용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적인 화학물질 생산 방법이어서 앞으로의 발전이 무척 기대되는 연구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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