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 개헌안 초안이 논란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지방분권에 관한 내용만 보면 완전한 실패작이다. 지방분권에 관한 조문이 상징적'선언적으로 그치고 있는 점을 볼 때, 자문특위가 지방분권의 의미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이 조문을 만들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는, 이런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니 기가 찰 수밖에 없다.
자문특위는 헌법안에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선언적으로 전문에만 담기로 한 것은 지금 같은 '반쪽' 지방자치를 계속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겠다는 조문도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금도 법률로 할 수 있는 것조차 국회에서 논의도 하지 않고, 논의할 생각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개헌안은 지방분권에 찬성하는 시늉만 했을 뿐, 지방분권에 대한 의미와 정당성을 훼손한 졸작이다. 자문특위는 후퇴 이유로 지방정치권 불신을 들었지만, 현 정부나 자문특위 전체가 수도권 중심주의, 중앙패권주의 사고에 젖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그 정도로 '양심불량'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헌법안을 만들면서 조금이나마 지방민의 삶이나 중앙 권력의 폐해를 돌아볼 마음을 가졌더라면 이렇게 퇴행적이고 어설픈 개헌안이 나왔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방분권은 중앙 권력구조 논의에 못지않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이므로 이번 개헌에 분명하게 반영돼야 한다. 본지는 지방분권의 당위성 때문에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찬성했지만, 이런 수준의 개헌안으로는 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21일 개헌안을 발의하면 정치적으로는 야심 찬 카드가 될지 모른다. 지방분권에 관해서는 보다 진전되고 획기적인 내용이 없는 한,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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