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한(恨)과 흥(興) 그리고 축제

역사상 한반도는 최소한 400차례 이상 침략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恨)이라는 응축된 분노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한'이 많았으면 '마음이 운다', '하늘이 운다' 등의

'운다'라는 표현이 특히 많다. '한' 때문에 생긴 병을 흔히 '화병'이라고 부르는데, 화병의 주요 원인을 분노가 충분히 발산되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로 본다. 권위주의와 유교문화 등의 문화적 잔재에 기인한 문화연계증후군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민족에게는'한'안에 '흥'이 있는 듯하다. 애절함이 넘치는 민요를 통해 '한'을 치유하는 법을 배웠고, 꽹가리 하나면 있으면 바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한'을 '흥'으로 치환하는 법을 알았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민요를 부르면서 한을 풀었다면, 오늘날 우리들은 노래방을 찾아 한풀이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전노래방은 전체 노래방의 70%를 넘어설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최소한 노래를 통해 '한'을 풀고 '흥'을 돋우는 문화에 있어서는 세대차이나 세대갈등은 없는 듯하다.

민족성의 분출이 하나의 사회문화를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공연 콘텐츠인 '난타'의 성공은 너무나 당연한 듯하다. 난타가 '마구 때린다'는 의미의 한자어 '난타'(亂打)에서 유래했듯이 물건이나 북을 두드리는 행위는 정제된 분노인 '한'을 치유하고 간단한 박자만으로도 리듬을 표현할 수 있어 '흥'을 불러들이기에는 제격이다.

우리 안에 내재된 한을 풀고, 억제된 흥을 돋우려면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즐거워야 하고 '한 번의 인생'이 '한 편의 축제'가 되어 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류가 그의 책을 통해 말한 것처럼 '삶은 곧 축제이고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이기 때문이다. 축제의 어원은 '빌 축(祝)'과 '제사 제(祭)'로서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의식을 의미 한다. 영어 '페스티벌'(Festival)도 '성스러운 날'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을 보면 축제의 뿌리가 공동체 결속을 위한 종교적 의례와 밀접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축제의 주인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공동체는 그 지역의 '한'과

'흥'을 알고, 공감할 수 있는 자들이어야 한다. 공동체의 주인을 단순한 구경꾼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의 '한'을 뚫고 나온'흥'은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세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멈출 수 없는 세계문화의 주류(主流) 중 하나가 되었다.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삶은 곧 축제이기에 우리의 본성을 유희적으로 표현해 보자. 그리고 우리들의 축제를 즐겨보자. 컬러풀 축제(5월5~6일)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6월22일~7월9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