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월드컵 지진

중국인들은 참새를 잡을 때도 인해전술을 동원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꽹과리 같은 타악기를 요란하게 치면서 참새를 따라다니는 전략을 쓰는데, 도망 다니던 참새가 내려앉으려는 곳마다 사람들이 있다 보니 탈진해 땅에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중국 사람들이 황하에서 일제히 오줌을 누면 홍수가 난다는 유머도 있다. 우스갯소리 중의 압권은 중국인 15억 명이 동시에 발을 구르면 그 충격파로 인해 미국에 지진이 일어나고 지구가 궤도 이탈한다는 장광설이다. 사실이라면 중국은 인구 자체가 치명적 무기다. 이 이야기는 진실일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자. 평균 체중을 50㎏으로 잡았을 때 70억 인류의 무게는 3억5천만t이다. 지구의 질량은 '5.9736 X10의 24제곱㎏'이니, 인류의 체중 합계보다 17조674억2천900만 배나 무겁다. 인류 몸무게 총량이 아무리 많이 나간다 해도 지구 질량에 비하면 돔구장 위의 먼지 격이다. 인류가 동시에 뛰어도 지구 궤도가 흔들리거나 지진이 발생할 수는 없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이색 뉴스가 날아들었다. 18일(한국시간) 멕시코 축구대표팀의 슛이 독일 골문을 뚫는 순간 멕시코시티의 땅이 흔들렸다는 소식이다. 멕시코 지진 관측 기관인 심사(SIMSA)는 "멕시코시티에 설치된 최소 두 개의 지진 센서에서 인공지진이 감지됐다"며 "멕시코의 골이 터지는 순간 많은 사람이 동시에 발을 굴러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SIMSA가 인공지진이라는 말을 썼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과장이다. 지진계가 얕은 곳에 설치됐을 경우 주변 충격에 민감히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 트럭이 지나가는 길옆에서 흔들림이 느껴진다고 해서 지진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전문용어로 멕시코에서 일어난 땅 흔들림은 지진 계측상의 '노이즈'(배경 잡음)로 간주된다.

자국 대표팀이 피파 랭킹 1위 독일을 꺾었다고 땅이 흔들릴 만큼 뛰었다고 하니 멕시코인들의 축구 열기는 못 말린다. 한데 우리 국가대표팀은 예선 1차전에서 너무나 부진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 국민들도 태극전사 승전보로 발 한 번 신나게 굴러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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