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매일신문 인터넷 imaeil.com을 이용한 공론장 활성화 가능성 연구'를 석사 논문 주제로 삼았다. 주목받기 시작한 인터넷, 특히 지역 중심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잘 활용해 공론장(公論場)이 만들어지면 민주주의와 지역사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논문은 그냥 논문으로 끝났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누구보다 기뻤고 기대 역시 컸다.
기대가 우려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대체, 이게 뭐지?' 하는 불안감이 앞섰다. 공론장은 정보의 비대칭성, 부정확성,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해소해 보다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다. 공론과 여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하지만, 여론이나 공론만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전문성 없는 몇백 명 시민을 모아서….
역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원전공론화위는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원전 공사 계속'을 결정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올여름 폭염으로 탈원전 정책은 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기후와 산업구조 변화로 전기 수요는 급증하는데 가장 경제적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없애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또 사고가 터졌다. 개편 1년 유예 뒤, 20억원을 쓴 석 달의 대입제도개편공론화가 '하나 마나 한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방침과 공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자 '살짝' 왜곡한 냄새까지 풍긴다. 대입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에 추가 질문을 던져 '정시 소폭 확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은 평균적으로 정시를 39.6%(현재 2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론화는 계속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개선안' '유치원 방과후 영어학습'을 비롯해 '(특정 지자체의) 지하철 건설'도 공론화 대상이란다. 정부의 뜻과 맞으면 '밀어붙이는' 핑계로 삼고, 다르면 '물타기 하는' 공론화(空論化) 정권이라는 오명이 생길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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