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린 농촌 일터…지역 일용직 노동자들 일자리 찾으러 다른 지역까지 떠나


황종국(가명·55) 씨는 매일 일자리를 찾아 이른 시간에 인력회사를 찾지만 '허탕'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황 씨는 일감을 찾아 홀로 고향 청송에 왔으나 일이 마무리되면서 실직자가 됐다. 농삿일을 거들려해도 찾는 곳이 드물어 노는 날이 많아졌다. 

19일에도 그는 오전 4시 청송에서 40여 분 달려 안동의 한 인력사무소에 도착했으나 그곳은 이미 북새통. 특이한 건 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는 점. 인력회사 관계자는 "최근들어서 외국인들이 부쩍 많이 온다"며 "젊고 일도 잘해 외국인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오전 6시쯤 황 씨에 신축 주택에 잔디를 심는 일이 들어왔다. 인력회사에서는 20대의 젊은 베트남 사람과 짝을 지어줬다. 황 씨는 "그나마 예전에 조경일을 해 오늘 일자리를 받은 것 같다"며 "말이 안통하지만 파트너인 외국인을 아들처럼 생각하며 손발을 맞춰 보겠다"고 했다.

황 씨 사례처럼 농촌 일자리를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바람에 정작 지역민들이 일자리 난을 겪고 있다. 

외국인들은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고, 농촌일도 척척해내다보니 일감을 구하는 입장에서도 선호한다. 특히 외국인들 상당수는 조를 짜 전문적으로 농삿일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일손이 더 필요할 경우 고국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중간자 역할도 해 그야말로 '원스톱'형 일꾼으로 각광받고 있다. 

외국인을 고용한 한 농민은 "농촌에서는 젊은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외국인이라도 몇가지 말만 통하면 일을 곧 잘하고 정해진 쉬는 시간 외에는 성실하게 일을 잘해서 좋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덜 받는다. 팀을 이뤄 일을 위해 같은 숙소를 쓸 수도 있고 며칠씩 머무르며 일을 할 수도 있다.

가령 마늘밭에서 비닐을 걷어내는 일은 온통 먼지를 덮어쓰기 때문에 꺼리는 일로 꼽히지만 그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거뜬히 해낸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그들은 모자도 쓰지 않은 채 고추를 따내기도 한다.

20일 현재 청송에 주소를 둔 외국인 수는 201명이다. 이는 외국인 출입국법 상 체류지 변경에 따른 신고자 수로 실제 청송에서 일하는 외국인 수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이들은 필요할 경우에만 신고를 해 관공서에서도 외국인들의 수를 점치기 어렵다. 지역 사회에서는 "외국인들이 농번기 농촌 일을 도와 좋지만 현지인들의 일자리를 다 빼앗아 버리는 건 곤란하다"며 "농삿일에 외국인들의 비중이 많아지고 고착화하면 나중에 그들이 떠났을 때는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농촌일자리 대책의 근본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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