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장장 8년 넘게 이어진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라는 '오디세이'(긴 여정)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국제채권단의 신탁통치에서 벗어나 경제 주권을 회복하는 셈이지만, 경제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그리스는 유로그룹이 지난 6월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종료 방안에 최종 합의함에 따라 지난한 구제금융 시대에서 20일(현지시간) 공식 벗어나게 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당시 마라톤협상 끝에 구제금융 이후 그리스가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수십 억 유로의 채무 만기를 10년 연장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이끌어낸 바 있다.
방만한 재정 지출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2010년 4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8년 간에 걸친 구제금융 체제에 돌입했다.
국가신용 등급이 떨어져 시장에서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그리스는 2010년 5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국제채권단으로부터 총 2천890억 유로(약 370조원)의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수령해 나라 살림을 꾸려왔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 위기를 넘기는 대신,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 개혁과 혹독한 긴축 정책을 이행했다.
유로존과 IMF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돈을 조달하는 대가는 컸다.
경제 주권을 잃어버린 그리스는 채권자의 요구에 따라 방만한 공공 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 구조 개혁을 수행하는 것과 함께 세금 인상, 재정 지출 대폭 삭감 등의 조치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급여와 연금 삭감 조치가 거듭되면서 구제금융 체제 기간 그리스 국민의 월급과 연금 수령액은 평균 3분의 1가량이 쪼그라들었고, 투자와 소비가 모두 위축되며 그리스 국가 경제규모는 이 기간 25% 축소됐다.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유로존 최고 수준인 각각 20%, 40% 수준까지 치솟았고, 국민의 3분의 1은 빈곤층으로 내몰렸다.
8년여에 걸친 구제금융 체제 종료를 앞두고 그리스 경제는 점차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는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에 육박하는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후퇴를 거듭하던 경제도 지난 1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는 등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에 28%로 정점을 찍은 실업률 역시 지난 5월 19.5%로 집계돼 2011년 이래 처음으로 20%를 하회하는 등 고용지표도 개선될 기미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IMF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80% 규모에 달하는 그리스의 국가부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스의 이 같은 GDP 대비 채무 규모는 EU 최대 규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6월 유로그룹이 그리스 구제금융 종료 안에 합의한 직후 "중기적 측면에서 그리스가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는 없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구제금융 이후를 대비해 이자 비용을 포함해 22개월 치의 현금 유동성을 비축하고 있는 그리스는 이제 채권시장에 복귀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터키발 위기와 EU와 각을 세우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변수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그리스의 경제적 자립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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