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는 갈고리를 뜻하는 하켄(Haken)과 십자가를 뜻하는 크로이츠(kreuz)의 합성어이다. 불교를 의미하는 '만'(卍)자를 기울여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다. 히틀러는 하켄크로이츠를 나치의 당기(黨旗)에 넣어 사용했는데, 그 후 오른팔을 쳐드는 경례법과 함께 나치즘의 대표적 상징물로 활용했다.
그러나 하켄크로이츠는 독일의 패전과 함께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었다. 다만 일부 백인 인종주의나 극우 세력들이 자신의 이념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부분 변형하여 쓰고 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상징으로는 하켄크로이츠 외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군기였던 욱일기가 있다. 이탈리아의 파시즈와 함께 이른바 전범기(戰犯旗)로 부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전범국의 식민통치나 침략전쟁으로 고통을 겪었던 나라들은 전범기를 보는 것조차 역겨워한다. 그런데 하켄크로이츠 문양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데 반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했던 욱일기는 현재 일본 자위대의 깃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욱일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이다. 침략과 수탈의 주체였던 일본 군부의 상징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이다.
그런데도 욱일기는 일본 자위대는 물론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극우 세력들이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다닌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디다스·나이키·디올·프라다 등 국제적인 스포츠 패션이나 명품 브랜드에서 이를 형상화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홍보 영상을 올렸다가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는 11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내걸고 참여할 태세여서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위대는 "당연한 부대기 게양"이라고 하고, 우리 국내 여론은 "그러려면 오지 말라"는 입장이다. 만약 독일 군함이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달고 이스라엘이 주최하는 국제관함식에 나가려 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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