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를 접자마자 각종 경제동향 조사와 실적 통계, 새 분기 전망이 쏟아진다. 예상한 대로 밝은 소식은 찾기 어렵다. IMF 등 국제기구나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8%, 2.6%로 잇따라 낮춰 잡았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한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중국·일본에 모두 뒤진 것으로 나타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장애물도 만만찮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고 25%의 고율 관세 적용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대미 자동차 수출이 22.7%, 이로 인한 손실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고 최악의 경우 13만 개의 국내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당장 일자리 상황에 눈을 돌려보면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로 넘친다. 올해 실업급여 지급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모든 수치를 요약해보면 성장과 고용, 투자 등 모든 지표의 포물선이 아래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내상(內傷)이 계속 깊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 와중에도 부동산만은 꿋꿋하다.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고 나면 집값이 뜀박질하는 것은 더 이상 부동산시장 구조나 요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암시한다.
한국 경제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경기 회복세를 탄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상황은 우리보다 훨씬 낫다. 경제 규모나 구조, 정책 방향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유독 우리만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어제 일본 닛케이지수는 1991년 11월 거품경제 붕괴 이후 근 27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서면서 한일 경제 상황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경제 환경도 환경이지만 정책의 문제점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시장을 모르거나 과소평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발언했다. 혼란한 부동산 시장을 염두에 둔 이 말에서 정책 브레인들의 사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을 움켜쥘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힘을 마구잡이로 휘두르지 않는 이상 시장의 은밀한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데서 기대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1년 반 만에 10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혼란이 여전한 까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이 길로만 가면 돌덩이가 금덩이 된다는 식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구호만 외쳐댄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런 구호로는 높은 세계경제 파고와 교활하고 집요한 시장을 이겨낼 수 없다. 맥도 짚지 못하면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꼴이다.
이제라도 지리멸렬한 고용 정책과 부동산 대책의 허점을 돌아봐야 한다. 시장과 기업의 '플랫폼'이 되는 게 바로 정부 역할인데도 시장과 기업에 우월감에 젖어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결국 정부는 멍석을 깔고 기업과 시장이 놀도록 만드는 게 바른 처방이다. 지금은 정부 만능주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말대로 '20년 집권 플랜'이 가능하려면 정책 효용성을 따지고 시장을 속속들이 분석해 길을 찾아야 한다. 콧대 세우고 멀리만 보다가 발아래 벼랑을 놓치면 20년은커녕 3년 후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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