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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문제 이견 재확인하러 프랑스까지 갔나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 방문을 마쳤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역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고용 위기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내 현안을 뒤로하고 왜 프랑스까지 갔는지 의문이 생긴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프랑스가 대북 제재 완화에 프랑스가 역할을 해주기를 요청했지만, 대답은 ‘안 된다’였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예상치 못한 돌출 발언이 아니다. 정상회담 관련 공식 발표 내용은 문장에서 단어 하나까지 모든 문구(文句)를 당사국이 사전에 철저히 조율한다. 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앞서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그리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그러한 프랑스의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은 북한 비핵화 촉진을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프랑스가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외교 루트를 통하거나 아니면 정상 간 직접 통화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의 재확인을 위해 그 많은 나랏돈을 써가며 굳이 프랑스로 가야 했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역설적 의미에서는 문 대통령이 건진 것은 있다. 바로 한때 미국과 거리를 두며 독자 노선을 추구해온 프랑스가 ‘북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만나게 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대북 제재 유지라는 기존의 입장으로 미뤄 마크롱 대통령과 다른 반응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선(先)대북 제재 완화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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