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도시를 향한 현상학적 시선'展
미국 팝가수 빌리 조엘이 1977년에 내놓은 'The Stranger' 앨범은 거기에 실린 모든 곡이 다 좋다. 그래도 한 곡을 꼽자면 'Just The Way You Are'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녁 7시에 이 노래를, 그것도 이 계절에 듣는 건 멋진 일이다. 퇴근길에 반월당 풀하우스에 들러서 저녁 먹는다. 식당에서 나와 코트 깃을 올리고선 차에서 듣던 노래를 이어폰으로 또 들으며 시내를 걷는다. 문 닫을 시간이 된 서점에서 책을 골라 집에 가는 게 내 흔한 하루다. 이렇게 밋밋한 일상을 사는 나를 지켜줄 사람이 있더라도, 막상 하루를 같이 하자고 말하는 게 눈치 보인다. 노래 제목처럼 '있는 그대로 당신'은 심심하지 않을까?
서용선의 작품 속 인물의 얼굴에도 권태가 뚝뚝 흘러내린다. 그들의 얼굴은 퉁명함과 화난 표정이 겹쳐있다. 이 이미지는 그 옛날 야수주의의 거친 붓질과 색감을 현현시킨다. 하지만 내 눈에 그의 전시는 어느 사이인가 옛날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민중미술을 지금 이 장소에 레퍼런스로 끌어오는 효과가 더 커 보인다. 나는 그 시간대를 논리적으론 몹시 엉성하나 '가장 최근의 옛날'이라고 이름 붙여보겠다. 빌리 조엘이 인기 가수가 된지 10년도 더 된 시점인데도 옛날이 아니라곤 할 수 없는 그때 말이다. 그 시절의 민중미술 화풍과 지금 그의 그림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작업을 알게끔 하는 인식의 문 열쇠일 뿐이지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그림 한 귀퉁이에 자리한 숫자의 배열이 눈에 들어온다. 정작 그 설정을 듣고 나면 별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 일련의 기호는 '가장 최근의 옛날'이 아닌 바로 지금 작가가 활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장치다. 또 하나, 몇 년간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장소는 많은 사람이 모인 대도시다. 그 안에 이 글을 쓰는 나같이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한 명의 관찰자로서 화가조차 다 알지 못할 줄거리가 화면에 담겨 있다. 서사 예술이 아주 옛날에는 신의 이야기을 다루다가 중세에는 왕과 기사, 근대에는 각별한 운명을 지닌 주인공으로 점점 하향평준화 되어왔지 않나? 이젠 소시민의 이야기만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평범한 시대에 숨겨진 비범함, 어쩌면 작가가 자기 그림 스타일과는 맞지 않은 소재를 택한 것 같은 시대 착오성. 이 어색함이 작품의 매력이다.
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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