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과자모양이 '11'과 비슷하여 붙여진 '빼빼로 데이'는 상업적인 수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날이다. 이러한 소비문화가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성별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비교적 싼 가격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마저도 바라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이 날은 찬스 같은 날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11'은 마치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 걸어가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같기도 하다.
'11'의 모양은 또 다른 특별한 날을 만들었다. 바로 대구시가 만든 '대중교통 탑시 day'이다. 함께 살아갈 우리의 터전인 환경을 지키고, 대중교통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로 '11'을 활용한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11'을 바라보면 튼튼한 두 다리로 함께 살아갈 공간을 꾸미는 건장한 인간의 모습이 연상된다.
나의 삶에도 '11'의 모양'과 닮은 경험이 있다. 최근 나는 지인의 연구소를 요일을 달리하며 사용하고 있다. 실제 우리는 만나는 일도 드물지만 같은 공간을 쓰는데 있어 미리 의논하거나 연락할 일도 거의 없다. 그저 우리는 공간을 왔다간 상대방의 흔적을 보고 자신의 흔적을 또 남길 뿐이다. 그 흔적들은 인테리어 소품처럼 접시 위에 쌓인 사과 껍질이기도 하고, 냉장고 가득 넣어둔 음료수나 푸짐한 과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인과 나의 관계는 '11'이라기 보다 '1'과 '1'사이에 하얀 여백이 있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11'은 서로간의 '거리'라는 추가항목을 첨가함으로써 관계의 다양함까지 표현해 준다. 그 다양함은 숲 속에 나란히 심겨진 나무들과 비슷하다. 어린 묘목이었을 때는 모르지만 너무 가까이 심겨진 나무들은 서로의 그늘로 인해 더 이상 자랄 수 없다.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그들도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더 많은 햇살을 얻기 위해 서로간의 거리가 필요하다. 또, 어떤 나무들은 서로가 너무 멀리 있어서 상대의 나무향기조차 맡을 수 없다. 어릴 적부터 관계가 소원했던 사람은 친밀감을 어떻게 만들고 느끼는지를 배우지 못해 타인과의 거리가 가까워져도 어울리기 힘들어 한다.
그렇다. '11'에는 필연적인 거리가 존재한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타인의 삶을 침해하거나, 자칫 타인을 존중한다는 명목 하에 너무 먼 거리를 둔다면 서로의 살 내음을 맡을 수 없다. 마치 내가 지인과 함께 공간을 사용하면서 나를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이 적으면 상대에게 눈치가 보여 그 공간이 아무리 넓어도 나의 자유로움이 제한되는 것처럼, 또 상대방의 흔적에 대한 존중이 적어지면 상대가 배려해준 섬세한 갖춤에 대한 설렘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모습과 닮기도 하였지만 하얀 여백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다양한 우리의 삶을 표현해주는 숫자 '11', 당신의 삶에서 숫자 '11'은 어떤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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