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은 제31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에이즈처럼 과학과 현실의 차이가 큰 질병은 없기에 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세계적으로 에이즈는 이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 2018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국제에이즈대회의 공식 슬로건은 'U=U'였다. U=U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Undetectable) 전파되지 않는다(Untransmissible)는 의미다. 즉 에이즈에 감염되었더라도 약을 복용함으로써 검사 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사람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U=U의 중심 내용이다. 이는 14개 유럽 국가에서 1천166명의 감염인과 비감염인 커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U=U캠페인은 국제에이즈학회(IAS), 유엔에이즈(UNAIDS), 영국 에이즈협회(BHIVA)와 같은 과학 및 의학 단체를 비롯한 34개국 350개 이상의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단체가 보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U=U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과학적인 사실이다. 에이즈는 이제 'U=U'라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30년 전 '미지의 괴질'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이제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관람객 4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 역시 1991년 에이즈 환자로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가 1990년대 후반에 HIV 진단을 받았다면 아마도 2018년 지금, 영화가 아닌 내한 공연 중인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존재한다. 바로 한국의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 현실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2015년 의료법의 개정으로 에이즈 감염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법제도적 체계가 마련되었지만, 법과 현실의 간극에서 에이즈 감염인은 여전히 입원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사회 전반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다.
또한 2014년에 이뤄진 UN 제6차 세계가치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8.1%가 '에이즈 감염인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하여 세계에서 가장 에이즈 감염인을 기피하는 국가로 보고되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 청년 감염인의 자살 시도율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무려 39배나 높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한국 에이즈 감염인의 실존 위기를 증명해주고 있다.
12월 10일이면 70주년 세계인권선언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인권선언은 12차 세계대전과 대학살을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다시금 반복해서는 안 될 인류의 과오를 드러내는 반성문과 같은 것이다. 에이즈의 과학으로 우리들의 혐오와 차별을 거둬내는 것 역시 지난 30년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통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과학보다 진보한 인간의 감성과 합리성으로 세계 에이즈의날이 기억되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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