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도 1차로에서 중앙선 침범 차량 노려 범행… 지인끼리 고의사고 내고 보험금 타내기도

보험사기 천태만상, 적발 시 징역형 등 처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

자동차 보험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보험사기 특별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피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비교적 손쉽게 거액의 합의금을 챙길 수 있다는 이유로 범행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직업윤리를 잃은 의사들이 이들의 범행을 부추기도 했다.

해마다 보험 소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보험연구원은 "많은 소비자가 연성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다소 너그러운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가입한 보험사가 비용을 처리하다 보니 직접적인 손해는 없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보험 전문가들은 합의금을 노린 고의 사고는 2차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체 자동차보험료 인상까지 부추기는 중대 범죄라고 우려했다.

◆편도 1차로 서행…중앙선 침범 차량 노려

지난해 4월 보험사기 특별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C(26) 씨 등 5명이 처음 고의 사고를 일으킨 건 지난 2015년 12월이다.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이들은 오후 7시쯤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인근 편도 1차로를 시속 10~20km 속도로 서행하다 뒤따라오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순간 고의 충돌 사고를 일으켜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570만원을 받았다.

손쉽게 돈 버는 법을 배운 이들은 좀 더 대담하게 다음 범행을 준비했다. 9개월 뒤 2016년 9월 7일 오후 9시 55분 수성구 지산동 목련 시장 삼거리에서도 역시 같은 수법으로 1천489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들은 9월부터 11월까지 5건의 사고를 연달아 내고 4천311만원 타냈지만 누구 하나 보험사기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들의 범행은 C씨가 우연히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덜미가 잡혔다. 2017년 8월 18일 택배 업무를 하던 C씨는 주차된 자신의 차량이 지나가던 차량과 부딪혔는데 당시 본인이 차량에 타고 있지 않았음에도 타고 있는 것처럼 속여 보험사로부터 77만원을 가로챘던 것.

C씨가 친구 3명과 함께 교통사고로 보험금 700만원을 받아낸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사고한 발생한 것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이들의 2년 치 행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들이 2년간 8번의 고의 사고를 일으켜 받아낸 보험금은 5천600여만원에 달했다. 법원은 친구들을 범행에 끌어들이고 직접 사고를 일으키는 등 가담 정도가 가장 중한 C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지인끼리 고의사고, 전봇대 충돌도 다반사

영천에서 보험 대리점을 운영하던 D(33)씨는 2017년 5월 중순쯤 친구에게 고의 사고로 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보험에 가입해두고 단독사고를 내면 자신이 알고 있는 병원의 진단서를 보험사에 내고, 그 돈으로 보험료는 물론 용돈도 주겠다는 것.

친구는 그해 5월 22일 오후 8시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처와 자녀를 태운 채 주차장 기둥과 충돌하는 고의 사고를 일으켜 27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D씨는 이런 식으로 2015년 10월 2017년 10월 12회에 걸쳐 1억3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징역 10월의 실형 선고받았다. D씨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인물은 대략 15명이다. D씨의 처와 자식은 물론 지인의 처와 자녀들까지 범행에 활용했다. D씨 한 번에 10개의 보험사로부터 각종 보험금을 받아내 피해를 키웠다.

수차례 반복된 사고로 혐의가 드러날 걸 우려했던 D씨는 급기야 지인의 차를 또 다른 지인이 추돌하게 하는 상황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합의금 명목으로 나온 보험금이 차 수리비를 감당하고도 남기 때문에 가능한 범죄였다. 타낸 보험금은 사고에 가담한 지인끼리 나눠 가졌다.

◆직업윤리 잃은 한의사들이 범행 부추겨

D씨가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지인이 운영하는 한의원이 끊임없이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해줬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2번 정도 내원한 거로 해달라"는 D씨 요구에 해당 한의원은 2015년 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총 730회에 걸쳐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

법원은 "직업윤리를 망각하고 허위 진료 기록부와 진단서 작성해주는 방법으로 보험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며 D씨에게 징역 8월에 집유 2년을 선고했다. 형이 확정될 경우 3년간 의사 자격이 정지된다.

수성구 한 한의원 의사 E(50) 씨도 2016년 9월 9일부터 2017년 7월 26일까지 보험사기 피의자가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마치 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씨는 2016년 11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준 혐의도 받았다.

E씨는 "교통사고 발생 시 쉽게 보험사와 합의하지 마라. 치료를 끌어야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면서 "바쁠 때는 한의원에 전화로만 접수하면 실제로 진료받지 않아도 진료를 받은 것처럼 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기 피의자들은 실제 입원치료나 진료를 받지 않더라도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한의원을 안다면서 이 한의원을 이용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