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거리두기 완화 첫날…학원·헬스장 긴장감 유지

이름·연락처 가입 후 입장 가능…전체 수강생 중 30~40% 출석
헬스장 운동복·수건 지급 안해…일부 PC방에서 마스크 벗거나
도시철 등 대중교통 이용 늘어

20일 오후 대구 중구 한 공무원 학원 강의실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20일 오후 대구 중구 한 공무원 학원 강의실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수강생이 60~7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0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의 한 공무원 학원. 이곳 직원은 학원 출입구에서 학생들의 팔에 파란색 스티커를 붙였다. 발열 체크와 손소독을 모두 마쳤다는 의미였다.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은 스티커를 붙인 뒤 출입자 확인 명단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야 독서실과 강의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지난 6일부터 운영을 재개한 이 학원에는 전체 원생의 30~40%만 출석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로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학생이 없어 수업 진행이 어려워 전체 수업의 60~70%만 진행 중"이라며 "100명 넘게 듣던 수업도 요즘은 3~5명만 들을 때가 많다"고 했다.

정부의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 첫 날인 20일, 대구시내는 유동인구가 조금씩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공포'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업종인 학원과 실내체육시설에는 '아직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발표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해 왔다는 대구 중구의 한 헬스장은 '거리두기가 완화됐다고 달라진 건 아직 없는 거 같다'고 했다.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지만 찾는 고객이 없다는 것. 헬스장 대표 A(35) 씨는 "여전히 운동복과 수건 지급이 금지되고, 운동을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탓에 고객들이 많이 답답해한다"며 "거리두기 지침 완화에도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거나 수시로 손소독제를 바르는 등 방역 지침을 따르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데이트를 하러 나온 B(21)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다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손님이 적은 곳을 찾아 점심을 먹으러 갈 계획"이라고 했다.

각종 업소들도 손님 수가 갑자기 증가하진 않았다고 했다. 동성로의 한 오락실 직원 C(24)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낮 시간대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며 "2주 전부터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거리두기가 완화됐다고 크게 더 늘어난 거 같진 않다"고 했다.

그러나 긴장을 푼 것처럼 보이는 곳도 눈에 띄었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는 발열 체크와 입장객 명단 기록이 제대로 되지 않은 동전노래방과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게임을 하는 PC방 등이 적잖았다.

2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거나 음식을 먹고 있다. 배주현 기자
2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거나 음식을 먹고 있다. 배주현 기자

장기간 휴업에 들어갔던 대구 중구 서문시장의 상인 일부도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 직후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었다. 먹거리 가판대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국수 등 분식을 먹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여전히 장사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속옷을 파는 한 상인 D(62) 씨는 "찾아오는 사람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일의10%밖에 안 된다"며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매출이라고 할 게 별로 없다"고 했다.

20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좌석마다 승객이 앉아 있다. 배주현 기자
20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좌석마다 승객이 앉아 있다. 배주현 기자

도시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자도 늘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좌석 스티커가 무색할 정도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이용자가 더 많았다. 빈자리가 있어도 앉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선 채로 가는 편을 택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좌석 띄우기를 지키려 한 칸씩 띄어 앉는 시민이 적잖았다.

빈자리가 있는 데도 앉지 않았다는 승객 E(38) 씨는 "확진자가 별로 나오지 않긴 해도 아직 긴장을 놓을 때는 아닌 것 같다"며 "간혹 기침하는 사람도 더러 있어 괜히 찝찝한 마음에 자리에 앉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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