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17> 추억, 그리고 새로 만드는 미래

시대 정신 잇는 공간서 복합 문화시설 변신
대구 항일운동 본산 우현서루…장서 482종 3,937책 기증 받아
7080년대 학생운동 배경 역할…ICT 학습 공간·갤러리 '새단장'

경북대 중앙도서관에서 책읽는 학생들
경북대 중앙도서관에서 책읽는 학생들

경북대학교 입학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도서관 건물의 한 켠(당시 시청각실)에서 고등학교 후배(대학 입학은 같은 해였다)와 함께 연 2인 시화전이었다. 내 딴에는 경북대에 어떤 '글쟁이(문청)'들이 있는지 탐색해보려고 미끼를 던진 셈이었다. 여러 '글쟁이'들이 그 미끼를 물었다. 복현문우회라는 모임이 있음도 알았다. 그 후 나는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혼자 작업하겠다는 고집으로 복현문우회에 들라는 유혹을 한사코 거절하기도 했다. 때로 도서관 앞에서 자주 해 지는 쪽을 향해 묵상하듯 앉아 있던 김춘수 교수를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질풍노도기의 만남의 기억으로 도서관은 내게 각인됐다.

지금의 박물관 건물이 원래 도서관이었다. W자 모양인데, 건축가 조자용의 작품으로, 제트기와 박쥐 형상을 본 따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초에 도서관이 옮겨가 신관 증축으로 위용을 갖추면서 옛 도서관 건물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경북대 도서관은 특히 대구 항일운동의 본산이었던 우현서루의 정신을 잇는 공간으로 의미 지을 수 있겠다. 이일우의 손자 이석희가 우현서루의 장서 482종 3천937책을 경북대 도서관에 기증했는데, 함께 수집한 책들과 합쳐 8천800여 권으로 비로소 명실상부한 도서관 면모를 갖추었다. 우현서루는 1만 권의 장서로 유명했으나, 일제 강점기 때 꽤 수탈을 당했다. 그런 가운데 그 정도라도 지켜낸 건 다행이었다. 한편 70년대와 80년대에는 경북대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학생시위운동이 잦았다. 이처럼 민족과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식이 함께 부각되는 공간이 경북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일찍이 '책의 집'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한 신전에서 그런 기록이 발견됐다고 한다. 오랫동안 그런 관습이 유지돼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도서관은 서적 보존에 국한하지 않고 인쇄자료뿐만 아니라, 음향자료와 영상자료, 그리고 멀티미디어와 디지털자원까지 수용한다. 경북대 도서관이 그 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기본이 되는 장서량만도 350여만 권으로 서울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 째로 많다. 자료 접근과 수용은 점차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간다. 2019년 리모델링으로 1층이 ICT 기반의 학습과 연구 공간, 북 갤러리와 세미나 및 전시공간을 갖추었다. 카페 운영은 물론, 영화감상과 각종 강연회와 책읽기 등의 행사가 이루어진다. 문화공간의 복합적 활용이다. 이용자들도 엄청나다. 한 달 평균 40만 명에 이른다. '2020년 전국 대학도서관 평가'에서 최우수그룹으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서관의 이런 활용이야말로 경북대가 이루어내는 미래에의 가장 확실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경북대 우현서루(고서실)
경북대 우현서루(고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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