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과도 묻어야 한다니…" 안동 사과농가 '과수화상병' 불안감

전염 경로 모르고 치료제 없어… 농민들 "감염될까 스트레스 심해"
확진 판정 즉시 나무 매몰해야…매개체 불확실해 주민 왕래 뚝
안동지역 사과 재배 면적 전국 9.35%…市 사전방제조치 이행 행정명령
확산 땐 추석 사과값 폭등 우려

안동시가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안동시 길안면 만음리 한 사과재배 농가에서 사과나무 170그루에 대한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안동시가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안동시 길안면 만음리 한 사과재배 농가에서 사과나무 170그루에 대한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소, 돼지에 이어 사과까지 묻어야 한다니 비통합니다."

경북 안동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권영세 안동시장은 비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과수화상병은 나무가 말라죽는 전염성 질병으로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발견 즉시 나무를 매몰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경북 사과주산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안동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8일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의 사과 재배 면적은 2천968㏊로 국내 재배면적(3만1천598㏊)의 9.39%를 차지한다. 경북 전체(1만8천705㏊)에서도 15.86%에 달한다.

특히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안동시 길안·임동면은 대표적인 사과재배지다.

이번에 과수화상병 판정을 받은 사과밭 주인 A씨는 "대구에서 25년간 살다 고향으로 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은 지 7년이 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확진 결과를 받고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다"고 "보상금이 나온다고 하는데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경제적인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언제, 어떻게 전염된 지도 몰라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사람과 꿀벌은 물론, 비나 바람도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매개체가 확실하지 않아 사전 예방이 최선인 상황인데,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농가 인근에서 30여 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B씨는 "마을 대부분이 사과농사를 짓는 상황이라 현재는 주민들간 일절 왕래도 하지 않고 있어 마을 분위기가 삭막하기 그지 없다"며 "외지에 사는 자식들에게도 오지 말라고 했고 생계가 걸린 문제다 보니 더욱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과수화상병 사전방제조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령했고 인근 지역의 출입도 차단했다.

또 주변지역 예찰 활동과 함께 간이검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8일 3건의 추가 양성 사례를 발견했다. 간이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과수화상병 뿐만 아니라 '가지검은마름병'일 수도 있어 정밀진단(PCR) 검사를 맡길 예정이다.

안동시는 지난 6일 길안면 묵계리 농가에 있는 사과 1천190그루 가운데 4그루에서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이 나와 모두 매몰처리했으며, 8일에도 묵계리 농가에서 직선거리로 700m 떨어진 길안면 만음리 농가에 있는 사과나무 170그루를 매몰했다.

확진 농가 주변 반경 1㎞ 내 농가에는 드론을 활용한 긴급 공동방제도 시행했다.

일각에선 과수화상병이 확산될 경우 공급 부족으로 추석 사과가 '금사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사과 유통량의 25~30% 물량을 경매하는 안동농협공판장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는 기온 등으로 품질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아 연말부터 10㎏당 5만~6만원으로 경매장 평균 시세(3만원)보다 폭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전염이 확산되면 사과 값은 더욱 오를 것이라는 것.

안동농협공판장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경북 북부와 충북, 경남 등 전국적으로 조기 낙과가 발생해 출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과재배량이 많은 안동에서 확산이 이어진다면 사과 값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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