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이 지척인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
어제밤 둥지엔 형(70X)과 나(71X) 단 둘 뿐.
밤이 하얗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찬 이슬을 털고 보니
멀리서 지키고 선 엄마(97X) 아빠(09Y).
눈빛도 표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배고프다 졸라도 대꾸도 않습니다.
어제까진 그토록 잔뜩 물어다 주시더니
오늘은 딱 돌아서 한입도 내 주질 않습니다.
한 발 쫓아가면 두 발 멀어졌습니다.
때가 온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한 발짝 두 발짝, 이 나무서 또 저 가지로.
이리 처박히고 저리 꼬꾸라지고...
서툰 날갯짓도 아빠는 대견하다 했습니다.
겁쟁이 형은 아직도 둥지에.
가자고, 가야 한다고, 날 수 있다고
속이 탄 엄마가 어르고 달래도 꼼짝 않습니다.
2021년 6월 9일 오전 6시 27분.
난생 첫 비행. 솔숲을 박차고 날았습니다.
둥지 앞 전깃줄, 담장, 지붕을 찍고 동네 한바퀴.
아빠 처럼 훨훨 200여 미터나 날았습니다.
멸종 47년·복원13년·자연 방사 3년 만에
야생 번식으로 이소(離巢)에 성공한 1호랍니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대를 잇자며 2008년 중국에서 들여온 한쌍으로
400마리도 훌쩍 넘는 대가족을 일궈주신
창녕군·우포 따오기 복원센터 아저씨들.
24시간 교대 보초로 둥지를 돌봐주신 지킴이들.
먹이터로 서로 땅을 내준 이방면 마곡·옥천 사람들….
"천적 조심, 먹이 조심, 조심 또 조심…."
멸종 원인을, 복원 이유를 한시도 잊으면 안된다고
엄마 잔소리를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남획과 농약, 대책없이 파해치던 시절은 갔다고,
자연이 건강해야 사람도 행복하다고,
우리가 잘 살아야 그런 세상이 온다고 했습니다.
이제 홀로 서야 할 시간.
등엔 위치 추적기, 발엔 주민등록 가락지.
역사적 사명을 등에 지고, 복원의 염원을 발에 차고
우포늪에서, 한반도에서 대를 잇고 살겠습니다.
무럭무럭 자라서 '우포 따오기 마늘'
'창녕 따오기 양파' 이름도 높이 날리겠습니다.
맛난 먹이는 도데체 어디에?
초보 비행에 그만 기와지붕을 뒤졌습니다.
"먹거리가 있는 저 아래 '땅'이 네가 살 곳이다."
아빠가 일장 훈시 하더니 또 앞장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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