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54> 야생 번식 1호, 새끼 따오기(71X)의 이소 일기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 솔숲에서 번식한 따오기가 지난 9일 오전 6시 27분 둥지를 떠나 첫 비행을 하고 있다. 등엔 위치 추적기, 발엔 개체 식별 이름표(71X)를 찼다. 한반도에서 따오기 멸종 47년·복원 13년·자연 방사 3년 만에 야생 번식에 성공한 1호다.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 김성진 박사는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 솔숲에서 번식한 따오기가 지난 9일 오전 6시 27분 둥지를 떠나 첫 비행을 하고 있다. 등엔 위치 추적기, 발엔 개체 식별 이름표(71X)를 찼다. 한반도에서 따오기 멸종 47년·복원 13년·자연 방사 3년 만에 야생 번식에 성공한 1호다.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 김성진 박사는 "지금까지 120마리를 방사해 60여 마리가 추적되고 있으며 복원센터에는 370여 마리를 복원 사육중" 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9일 오전 새끼 따오기(71X·동생)가 날갯짓을 하며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 새끼 따오기(70X)는 이날 내내 둥지 주변을 맴돌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9일 오전 새끼 따오기(71X·동생)가 날갯짓을 하며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 새끼 따오기(70X)는 이날 내내 둥지 주변을 맴돌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새끼 따오기(71X·동생)가 둥지를 떠나 어미를 따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날다 불시착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새끼 따오기(71X·동생)가 둥지를 떠나 어미를 따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날다 불시착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새끼 따오기(71X·동생)가 둥지를 떠나 어미를 따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날다 불시착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새끼 따오기(71X·동생)가 둥지를 떠나 어미를 따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날다 불시착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어미(오른쪽)가 다른 새끼 따오기(70X) 이소를 돕기 위해 둥지 앞까지 날아왔다. 새끼가 연신 먹이를 달라고 보채지만 어미가 외면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어미(오른쪽)가 다른 새끼 따오기(70X) 이소를 돕기 위해 둥지 앞까지 날아왔다. 새끼가 연신 먹이를 달라고 보채지만 어미가 외면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둥지를 나와나뭇가지에서 서성이는 새끼(71X·아래)를 안스럽게 지켜보는 아빠 따오기(90Y).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둥지를 나와나뭇가지에서 서성이는 새끼(71X·아래)를 안스럽게 지켜보는 아빠 따오기(90Y).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9일 오전 첫 비행에 나선 새끼 따오기(71X)가 둥지 앞 전깃줄에 앉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9일 오전 첫 비행에 나선 새끼 따오기(71X)가 둥지 앞 전깃줄에 앉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9일 오전 첫 비행에 나선 새끼 따오기(71X)가 둥지 인근 담장에 내려 앉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9일 오전 첫 비행에 나선 새끼 따오기(71X)가 둥지 인근 담장에 내려 앉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아빠 따오기가 전깃줄과 담장, 지붕에 내려 앉은 새끼 따오기를 부르며 먹이터로 유인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아빠 따오기가 전깃줄과 담장, 지붕에 내려 앉은 새끼 따오기를 부르며 먹이터로 유인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첫 비행에 나선 새끼 따오기(71X)가 둥지 인근 기와지붕에 내려 한동안 먹이를 찾는 행동을 보이자 아빠 따오기가 날아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첫 비행에 나선 새끼 따오기(71X)가 둥지 인근 기와지붕에 내려 한동안 먹이를 찾는 행동을 보이자 아빠 따오기가 날아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앞장선 아빠 따오기(09Y)를 따라 새끼 따오기(71X)가 기왓장을 걷다 미끄러지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앞장선 아빠 따오기(09Y)를 따라 새끼 따오기(71X)가 기왓장을 걷다 미끄러지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이소 전날인 8일 밤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 주민과 따오기 감시원이 둥지를 처다보고 있다. 천적의 습격을 막기 위해 감시원과 주민들은 순번을 정해 24시간 둥지를 지켜왔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을엔 6.8ha에 이르는 거점 서식지도 조성됐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이소 전날인 8일 밤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 주민과 따오기 감시원이 둥지를 처다보고 있다. 천적의 습격을 막기 위해 감시원과 주민들은 순번을 정해 24시간 둥지를 지켜왔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을엔 6.8ha에 이르는 거점 서식지도 조성됐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우포늪이 지척인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

어제밤 둥지엔 형(70X)과 나(71X) 단 둘 뿐.

밤이 하얗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찬 이슬을 털고 보니

멀리서 지키고 선 엄마(97X) 아빠(09Y).

눈빛도 표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배고프다 졸라도 대꾸도 않습니다.

어제까진 그토록 잔뜩 물어다 주시더니

오늘은 딱 돌아서 한입도 내 주질 않습니다.

한 발 쫓아가면 두 발 멀어졌습니다.

때가 온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한 발짝 두 발짝, 이 나무서 또 저 가지로.

이리 처박히고 저리 꼬꾸라지고...

서툰 날갯짓도 아빠는 대견하다 했습니다.

겁쟁이 형은 아직도 둥지에.

가자고, 가야 한다고, 날 수 있다고

속이 탄 엄마가 어르고 달래도 꼼짝 않습니다.

2021년 6월 9일 오전 6시 27분.

난생 첫 비행. 솔숲을 박차고 날았습니다.

둥지 앞 전깃줄, 담장, 지붕을 찍고 동네 한바퀴.

아빠 처럼 훨훨 200여 미터나 날았습니다.

멸종 47년·복원13년·자연 방사 3년 만에

야생 번식으로 이소(離巢)에 성공한 1호랍니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대를 잇자며 2008년 중국에서 들여온 한쌍으로

400마리도 훌쩍 넘는 대가족을 일궈주신

창녕군·우포 따오기 복원센터 아저씨들.

24시간 교대 보초로 둥지를 돌봐주신 지킴이들.

먹이터로 서로 땅을 내준 이방면 마곡·옥천 사람들….

"천적 조심, 먹이 조심, 조심 또 조심…."

멸종 원인을, 복원 이유를 한시도 잊으면 안된다고

엄마 잔소리를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남획과 농약, 대책없이 파해치던 시절은 갔다고,

자연이 건강해야 사람도 행복하다고,

우리가 잘 살아야 그런 세상이 온다고 했습니다.

이제 홀로 서야 할 시간.

등엔 위치 추적기, 발엔 주민등록 가락지.

역사적 사명을 등에 지고, 복원의 염원을 발에 차고

우포늪에서, 한반도에서 대를 잇고 살겠습니다.

무럭무럭 자라서 '우포 따오기 마늘'

'창녕 따오기 양파' 이름도 높이 날리겠습니다.

맛난 먹이는 도데체 어디에?

초보 비행에 그만 기와지붕을 뒤졌습니다.

"먹거리가 있는 저 아래 '땅'이 네가 살 곳이다."

아빠가 일장 훈시 하더니 또 앞장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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