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버릴 것과 지켜야할 것

김도훈 문화체육부 차장
김도훈 문화체육부 차장

16년. 지난 11일 폐막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 역사다.

2005년 '맘마미아' 흥행을 계기로 대구시는 뮤지컬을 블루오션 장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2007년 DIMF가 탄생했다. 그리고 지난 16년 세월 동안 대구를, 뮤지컬 산업을 선도하는 국내 최고 뮤지컬 도시로 브랜딩해 왔다. 지금까지 국내외 342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신작 뮤지컬 무대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72개 작품을 배출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젠 매년 여름이면 DIMF를 위해 전국 각지의 발길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대구에서 성공을 거둔 뮤지컬이라야 전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수많은 뮤지컬 배우가 대구 공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표한다. 세계적 뮤지컬 작품도 국내 첫 공연지로 대구를 선호한다는 얘기는 이미 옛말이 됐다. 이 같은 도시 브랜드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대구시와 DIMF가 공동 제작한 '투란도트' 성공 사례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2011년 초연 이후 국내외에서 140회 이상 공연했고, 2018년엔 한국 대형 창작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동유럽 6개국 라이선스 수출을 달성했다.

특히, 슬로바키아 노바스체나 국립극장에서 2020년 3월 초연된 슬로바키아 버전은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의 12%를 로열티로 받고 있다. '캣츠' '맘마미아' 등 글로벌 대작과 같은 요율이다.

이 작품은 올해 제16회 DIMF 개막작으로 지난달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랐다. 대구서 수출한 창작 뮤지컬이 라이선스 버전으로 제작돼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달 18일엔 원작 뮤지컬이 '투란도트-어둠의 왕국'이란 이름의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DIMF가 자리매김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문예진흥기금 지원 상한선 축소, 기금 사업 지방 이양 등으로 국비가 줄거나 없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조해녕, 김범일, 권영진으로 이어져 온 역대 대구시장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이슈로 대구가 시끄럽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가칭)으로 통합되는 문화예술계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구조개혁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의지에,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보낸다. 반면, 상당수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새 시장의 행보가 미덥지 못한 듯하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퇴보하고 뒷걸음질할 것에 대한 우려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걱정하는 쪽도, 응원하는 쪽도 대구를 아끼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예술계는 수많은 대구 시민을 포함해 예술계 내에서도 홍 시장의 개혁에 공감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그동안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홍 시장과 대구시도, 버릴 것은 버리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혜안이 필요하다. 속도감 있고 강도 높은 개혁 속에서도, 끊임없이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개혁을 위한 항해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원하며 함께 지켜봤던 마음으로 '홍준표호'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때다. 2022년의 개혁이 '혁신'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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