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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7주년, 이용수 할머니 인터뷰 "어떻게든 日정부 공식 사과 받아내야"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는 무효, 2018년 화해치유재단 해산 해결 막막"
"정부는 왜 제대로 된 대책 세우지 않나"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77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배상에 관한 부분이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과 지금은 일본 수상인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대신이 맺은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는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논의나 동의 과정 없이 진행됐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엄청난 고통을 합의금 10억엔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고 2018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된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아직도 답보 상태다.

광복절을 닷새 앞둔 지난 10일 대구 중구에 있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다. 이 할머니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증언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한일 양국 정부의 해결을 요구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왜 정부는 가만히 있나

이 할머니는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위안부' 합의 이후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정말 장관의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었습니다. '어디 피해자 할머니들을 10억엔에 팔아먹었느냐'고 말이지요. 2015년에 있었던 위안부 합의는 그저 일본의 농간이고 장난질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얼토당토 않은 합의가 무효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졸속으로 처리됐음에도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부분에 대한 답답함을 많이 이야기했다.

"저는 다음 정부가 이 합의에 대해 대책을 세워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에게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제대로된 대책을 요구했고 당선된 대통령 후보들 모두 제대로 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대로 해 준 게 없어요.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도 이 합의를 공식적으로 깨지 않았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합의를 왜 깨지 않고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수요시위도 방식을 바꿔야 한다

매주 수요시위에 참여하는 이 할머니는 그 장소에서 할머니의 뜻에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곳에는 어린 학생들도 많이 참여한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모아 온 기부금을 받을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같이 하는 마음으로 어린 학생들도 많이 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는 학생들도 많아요. 학생들이 오면서 그냥 안 오고 한 푼 두 푼 모아서, 심지어는 돼지 저금통을 털어서 기부금을 가져오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시위하느라 고생한 학생들은 한 번 씩 안아줍니다. 그러다보면 팔이 아플 지경이 돼요. 안타가운 마음에 수요시위 주최측에 '같이 고생하는 학생들의 돈은 안 받으면 안되겠느냐'고 했더니 '시위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며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할머니는 수요시위의 방식을 지금과 다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할머니들과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이 한데에 고생하면서 시위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까워요. 그래서 수요시위의 방식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할 게 아니라 서울에도 위안부 관련 역사관 있잖아요(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그 곳에 공간을 만들어서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계속 사죄를 요구하자는 겁니다."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펠로시 美 하원의장에게 감사인사 하고 싶었는데…

최근 이 할머니는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바 있다. 지난 4일 오후 12시20분 이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 관계자들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회 의장을 보기 위해 국회 사랑재 인근 잔디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경호팀이 펠로시 의장이 국회에 도착하기 전 동선 확보를 위해 이 할머니의 자리를 옮기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휠체어에 타고 있던 이 할머니가 땅으로 떨어졌다.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은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국회 경호팀의 과잉 제지는 비판을 받았다.

이 할머니는 당시를 생각하면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뷰 당시에도 팔과 다리 등에는 땅으로 떨어지면서 입은 상처와 멍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펠로시 의장님은 지난 2007년 '위안부 결의안 121호'가 미국 하원의원을 통과할 때 의장으로 계셨던 분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펠로시 의장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처음 오신 귀한 손님이지 않습니까. 바쁘신 분이라 적어도 지나가시는 길에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서 찾아갔던 건데 갑자기 비키라며 팔다리를 들고 막무가내로 끌고나가려 하니 지금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창피한 일입니까? 펠로시 의장님 보기에도 너무 창피한 일입니다. 멀찍이서 인사라도 드리겠다는게 죄란 말입니까?"

◆ 앞으로 남은건 ICJ 제소

이 할머니는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할머니 본인도 이미 93세의 고령이고 대부분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기 때문에 이 할머니는 하루빨리 ICJ 판결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끝맺어지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ICJ에 '위안부' 문제를 제소하겠다고 하자 일본이 지금 꽁무니를 빼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단독으로라도 제기해서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또 ICJ에 어떠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저는 달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지요. 어떻게든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죄를 받아야 하기에 마음도 무겁고 책임도 큽니다."

지난해 대구 수성구청의 도움으로 거처를 옮긴 이 할머니는 "12평(약 39.6㎡) 집에 살다가 넓은 곳으로 이사가니 집이 운동장같더라"며 "도움 주신 분들에게 많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젊은이들의 관심과 역사 교육을 강조했다.

"일본의 어린 학생들도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도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가르치고 배워야 올바른 해결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 테지요. 그리고 이 문제는 세계가 다 알고 있고, 올바른 해결은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일입니다. 이 해결 과정을 유네스코에 등재할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아시아 지역 대부분이 아마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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