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에 직격탄을 때리면서 한 지역에 사는 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피해가 집중됐고, 그 주요 원인으로 '냉천'이 지목되고 있다. 포항제철소를 셧다운 상황에 이르게 한 것도 냉천 범람에 따른 침수다.
5일과 6일 사이 오천읍 일대에는 시간당 최대 110㎜의 폭우가 쏟아져 509.5㎜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일대를 관통하며 흐르는 냉천이 범람하면서 주변 거주지를 덮쳤고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포항시는 지난 2012~2019년 취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예산 245억4천900만원을 들여 오천읍 진전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에 대한 하천을 재정비했다.
이후 시는 2020년까지 1.8㎞ 구간의 냉천 하류를 재정비했고 산책로와 조경, 운동기구 등 조성작업을 목적으로 18억6천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
주민들은 이 부분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둘레길을 조성하며 하천 깊이가 얕아지고, 자전거도로 및 포장도로를 만들면서 하천폭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정비사업이 있기 전인 1998년 9월 30일 포항을 강타한 태풍 예니를 예로 들었다. 당시 예니 상륙으로 포항에는 516.4㎜에 이르는 비가 내렸지만 냉천은 넘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냉천 정비사업이 되레 화를 부른 원인이 됐다며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도 답답한 입장이다. 냉천의 한계수량은 1시간당 77㎜(강우량)지만 이번처럼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 측은 하천정비계획상 최근 80년 사이의 빈도를 계산해 최고수치로 계산하는데 이번 폭우는 500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냉천 정비사업 당시 깊이를 더 파 홍수 등에 대비했다. 하지만 역대급 태풍으로 인해 강수량이 갑자기 늘어 하천이 넘치게 되면 물이 곧바로 주변 지역으로 흘러들게 된다"면서 "배수 펌프 등이 작동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냉천이 넘치기 시작하자 인근 거주지가 30분도 안 돼 물속에 갇혔다.
포항지역 한 토목 전문가는 "냉천 범람을 누구도 예상하긴 어려웠다. 다만 냉천 저지대를 중심으로 거주지가 대거 분포하고 있다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옹벽 등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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