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태풍 피해 집중, 왜?…오천읍 주민들 "냉천 정비사업이 원인"

"냉천 둘레길 조성하며 하천 깊이·폭 얕아졌다"
1998년 태풍 예니 때는 무사…市 "바닥 더 파내 홍수 대비"

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서 이재민들이 침수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서 이재민들이 침수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에 직격탄을 때리면서 한 지역에 사는 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피해가 집중됐고, 그 주요 원인으로 '냉천'이 지목되고 있다. 포항제철소를 셧다운 상황에 이르게 한 것도 냉천 범람에 따른 침수다.

5일과 6일 사이 오천읍 일대에는 시간당 최대 110㎜의 폭우가 쏟아져 509.5㎜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일대를 관통하며 흐르는 냉천이 범람하면서 주변 거주지를 덮쳤고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포항시는 지난 2012~2019년 취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예산 245억4천900만원을 들여 오천읍 진전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에 대한 하천을 재정비했다.

이후 시는 2020년까지 1.8㎞ 구간의 냉천 하류를 재정비했고 산책로와 조경, 운동기구 등 조성작업을 목적으로 18억6천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

주민들은 이 부분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둘레길을 조성하며 하천 깊이가 얕아지고, 자전거도로 및 포장도로를 만들면서 하천폭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정비사업이 있기 전인 1998년 9월 30일 포항을 강타한 태풍 예니를 예로 들었다. 당시 예니 상륙으로 포항에는 516.4㎜에 이르는 비가 내렸지만 냉천은 넘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냉천 정비사업이 되레 화를 부른 원인이 됐다며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7일 오전
7일 오전 '힌남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경북 포항시 인덕교 난간이 파손돼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인덕동을 지나는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사망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포항시도 답답한 입장이다. 냉천의 한계수량은 1시간당 77㎜(강우량)지만 이번처럼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 측은 하천정비계획상 최근 80년 사이의 빈도를 계산해 최고수치로 계산하는데 이번 폭우는 500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냉천 정비사업 당시 깊이를 더 파 홍수 등에 대비했다. 하지만 역대급 태풍으로 인해 강수량이 갑자기 늘어 하천이 넘치게 되면 물이 곧바로 주변 지역으로 흘러들게 된다"면서 "배수 펌프 등이 작동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냉천이 넘치기 시작하자 인근 거주지가 30분도 안 돼 물속에 갇혔다.

포항지역 한 토목 전문가는 "냉천 범람을 누구도 예상하긴 어려웠다. 다만 냉천 저지대를 중심으로 거주지가 대거 분포하고 있다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옹벽 등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7일 오전
7일 오전 '힌남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경북 포항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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