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16일 동남아 순방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해 이 지역에서 미·일과 협력 관계를 명확히 했다. 또한 아세안 지역과는 경제·외교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면서, 우리 기업의 아세안 활로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지역외교 구상인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인·태 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구체화할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성격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독자적인 지역 외교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부딪히는 동남아에서 미국의 지역 전략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를 발전시키면서 해당 지역에서 수요가 높은 전기차·배터리·디지털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아세안 지역은 인구 중 MZ 세대 비중이 높고 소득 수준도 향상되고 있어 수요가 충분하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아세안은 오는 2024년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관계를 격상하고 구체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12일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2019년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포함한 '3국 협력 메커니즘' 활성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한·미, 한·미·일 간 양자, 삼자 회담을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캄포디아 프놈펜에서 모인 3국은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에 대응한 3자 간 협력을 확인하면서 ▷북한 미사일에 관한 3국간 실시간 정보공유 의향 ▷3국간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등을 약속했다.
이어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에 대응한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공감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북이 핵을 사용한다면 양국은 '모든 가용 수단을 활용해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한다'고 약속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보도자료로 핵능력 , 재래식 능력, 미사일 방어 능력을 비롯한 모든 방어 능력을 사용한 확장 억제를 한국에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외하는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에 대해서도 협의해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간 정상회담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양자 회담을 통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양국은 일본 강제징용 피고 기업 자산이 강제적으로 현금화되지 않도록 한국 사법시스템 대안을 찾는데 공감했지만,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사죄나 피해자를 위한 재원 보상 등에 대한 논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도 그동안 눈에 띄는 외조가 없었다는 평가와 달리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12일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주최한 갈라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잇달아 만났다. 이날 김 여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한국인 의사가 세운 헤브론의료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신장 투석 필터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소년의 집을 찾아 "반드시 희망은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야 한다"며 위로의 인사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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