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자체 주도 지방대 정책

서민교 대구대 경영학부 교수

서민교 대구대 경영학부 교수
서민교 대구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1일 교육부가 발표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기존의 5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합하고 연간 2조 원이 넘는 예산 집행 권한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넘긴다는 것이 골자다.

지자체가 지역 발전 전략과 연계하여 지역의 발전을 선도할 대학, 이른바 '글로컬 대학'을 선정한 후 이 대학에 집중 투자하여 지역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 그들이 지역에서 취업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방과 대학의 소멸 위기를 해소한다는 취지이다. 글로컬 대학은 2023년 10곳 내외로 시작해 2027년 비수도권 지역에 모두 30곳 내외를 지정해 한 학교에 5년간 1천억 원을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

2021년 인구 감소 지역 89곳 중 85곳이 비수도권 지역이며, 2021년 미충원 신입생 4만586명 중 3만458명(75%)이 지방대학에 집중되었다. 즉, 이번 조치는 지역-대학 간 협력으로 '인재 양성-취·창업-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발전 생태계 구축을 통해 소멸 위기의 지방 및 지방대학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그동안 분리해서 접근해 온 지방대 문제와 지역 소멸 문제를 통합적 시각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기대가 크고 대대적인 정책 변화인 만큼 우려도 크므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기업·대학 각 주체별로 다음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첫째, 지방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의 과잉 문제인데, 아쉽게도 이번 정책 방안에는 이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방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대 육성뿐만 아니라 대학 정원 축소나 구조조정 문제도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 가령 정부는 전국 모든 대학의 일률적 정원 축소나 수도권 대학 정원 외 입학의 정원 내 전환 등과 아울러 지금까지 금기시되어 온 한계 사립대의 출구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문제는 지자체의 역량이다. 지금껏 지자체가 대학 정책 방향을 살피거나 지원 및 평가를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담 부서도 없다. 또한, 대학이 재정 지원 권한을 쥔 지자체에 종속될 수 있으며,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다른 비전을 내놓으면서 자칫 대학 정책이 일관성을 잃을 수도 있다. 정책 변화로 인하여 대학 입장에서는 교육부와 자자체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게 될 수도 있다.

셋째, 지역과 지방대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 즉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경제·사회·문화 관련 인프라 쏠림 현상이다. 따라서 지방대에서 양성된 인력을 고용할 기업 유치 및 창업생태계 구축과 아울러 정주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책 방안 제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외부 지원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역 밀착형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방대학들의 각고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과 통폐합 등 구조개혁과 아울러 지역 대학 간의 통합 및 지역 특화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 개편 등이 필요하다.

정책 대전환을 활용하여 작금의 지역 소멸과 지방대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따로 놀았던 정부와 지자체·대학·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과 소통을 하면서 뼈를 깎는 노력과 아울러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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