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고 있는 호텔이 서울 광화문 앞에 있는데, 거기서 시위 일정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민주주의에 대한 한국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한국 시민들이 이러한 에너지를 토론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발산해나가길 바랍니다."
세계토론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고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토론팀 코치까지 역임한 토론의 귀재 서보현(29) 작가가 15일 대구외국어고등학교(이하 대구외고)를 찾았다.
서보현 작가는 지난 2013년과 2016년 각각 세계학생토론대회(WSDC),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떨쳤다. 이후 정치 이론 전공으로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하버드대 상위 1%인 '주니어 24'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대에서 토론팀 코치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서 작가는 지난달 자신만의 토론 기술을 담은 도서 '디베이터'를 지난달 정식 발간했다.
출판 기념 투어로 지난 12일부터 한국을 방문한 서 작가는 향후 연세대 등 여러 학교와 기관들을 순회하며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에선 대구외고가 15일 스승의 날 기념 행사에 맞춰 서 작가를 초청해 '하버드대 상위 1% 공부법'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개최하게 됐다.
강연은 오후 3시부터 4시 반까지 대구외고 대강당에서 전교생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강연은 서 작가와 학생들이 서로 묻고 답하며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간의 어떤 본성이 토론을 어렵게 만드는지, 토론에서 증거가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토론에서 졌을 때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등 토론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이 이뤄졌다.
대구외고 3학년 서채빈 학생은 "학교에서 진행한 영어 토론 당시 반대 의견이 들어오면 나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져 긴장하고 몸이 굳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오늘 강연을 통해 '토론은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앞으로는 반대 의견이 들어와도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연을 마친 후 서 작가는 매일신문과 짧은 인터뷰 시간도 가졌다.
서울에서 살다가 9살에 호주로 이민을 떠난 서 작가는 내성적인 성격에 언어 장벽까지 겹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논쟁적인 주제는 최대한 피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저 착한 아이로만 기억되고 싶었다.
그랬던 그의 인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들어간 교내 토론팀을 계기로 큰 변화를 맞았다.
서 작가는 "처음 토론을 접했을 때 비로소 나를 제대로 나타낼 수 있었고, 나의 목소리를 인지할 수 있었다"며 "그 전까진 늘 '예스맨'으로서 내 본심을 숨기는 데 급급해 친구를 깊게 사귀지 못했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며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니 친구들과 진정으로 친해질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또한 그는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인지하는 능력은 동기부여 능력으로 이어져 공부를 할 때도 쉽게 지치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주기도했다고 설명했다.
서 작가는 "외향적인 아이보다 오히려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토론은 더욱 필요하다"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는 등 오히려 내성적인 아이들이 토론에 두각을 보이기도 한다. 내성적인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우선 아이와 함께 책과 영화를 보고, 여기에 대해 아이의 생각을 묻는 방법으로 토론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서 작가는 토론에 필요한 사전 지식 습득을 위해 많은 책과 신문, 잡지 등을 읽기를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이때 수동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책을 읽을 때마다 옆에 항상 종이를 두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고 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서 작가는 "우선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할 계획이다. 이후 정계에 진출할 마음도 있다. 물론 출판 활동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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