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기숙 "김대중·노무현 정신, 민주 강성당원·의원들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쾌"

"서민 대변 盧, 재벌 2세 정몽준과 단일화…DJ도 자기 탄압한 JP와 손 잡고 정권교체"
"민주당 혁신, 사람이 아닌 제도에 초점 둬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연합뉴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연합뉴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무현 대통령 시기인 참여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나갔다.

지난 5월 2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시 당선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할 것(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이라며 주목 받은 조기숙 교수는 8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내년 총선을 주제로 의견을 피력했다.

▶조기숙 교수는 이날 오후 10시 34분쯤 페이스북에 '민주당 혁신은 사람이 아니라 제도에 초점 둬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과거 '천안함 자폭설' 발언이 문제가 돼 사퇴하는 등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및 주요 사안인 '대의원제 폐지'를 가리켰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서는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건 선거 전에 당권싸움부터 하자는 선전포고"라고 단언했다.

이어 "저는 100% 상향식 개방경선을 도입하는 공천제도의 혁신이 지금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CBS 방송에서) 답했다. 보충설명을 드리겠다"며 글을 이어나갔다.

조기숙 교수는 "민주주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체제는 제도를 통해 사람을 견제하는 게 본질이다. 이를 불신의 제도화라고 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는 제도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문화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지자는 당 대표를 지키기 위해 옳은 소리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당 대표는 친위대와 지지자를 싸고 돈다. 반대파는 당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당 대표는 제대로 사과도 안하고 침묵한다"고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을 가리키는듯한 설명을 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이 아무리 바뀌어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민주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 건 민주당이 이름과는 달리 제도보다는 사람에 집중하는 포퓰리즘 정당이 됐기 때문이다. 자기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도 못하고, 우리 편이면 편들고,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당내 민주적 의사소통을 억압하고 반대파를 멸칭으로 부르며 출당시키길 원하는 게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 최근 '수박'이라는 멸칭이 언론 보도에서도 자주 다뤄진 바 있다. 수박은 겉은 초록색이지만 속은 빨간, '겉과 속이 다른', 더불어민주당 지침에 반하는 당원들을 가리키는 은어이다.

▶이에 대한 반대 사례로, 조기숙 교수는 자신이 겪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과 그에 앞선 국민의 정부 때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이자 뿌리로 언급된다.

그는 두 대통령의 탄생 요인을 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탄압했던 독재정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김종필 씨와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이뤘다. 서민을 대변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 재벌 2세와 후보 단일화를 했다"며 닮은꼴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대파와도 공생하고, 상대 당과도 협력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구성원들이 이러한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뉘앙스로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민주당 강성당원과 의원들이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쾌하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불거진 것을 두고 "당 대표의 임기는 보장돼야 하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당선된 당 대표를 흔드는 건 민주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핵심은 민심에 부합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도록 공천제도를 100% 안심번호 공천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다시 내년 총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꼭 필요한 지역구의 전략공천은 외부심사위원이 포함된 전략공천심사위원회에서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 공정한 공천시스템만 도입된다면 당 대표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총선 전에는 선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이고, 신망 있는 인물이 포함된 화합형 선대위를 꾸리면 된다"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글 말미에서 조기숙 교수는 앞서 언급한 사람과 제도의 관계에 대해 다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제도를 가지고 싸우는 사람이 명분을 얻는다"면서 "제도 개혁이 실패할 때, 명분은 혁신을 거부한 당권파가 아니라 민주당을 박차고 나올 탈당파가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앞선 공천 제도 등 혁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탈당파가 득세하는 맥락의 분당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서로 명분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할 때, 민주당은 제도 혁신을 통해 당의 통합을 이루고 총선 승리도 얻게 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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