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 선조 지혜로 만들던 '영덕 토염'…경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

경북도 최초 공동체 종목으로 제50호 무형문화재 지정
동해안서 생산하던 소금 관련 전통 지식, 지역 어촌 공동체 문화 전승

경북 영덕군 병곡면에 있는 옛 토염 염전터. 경북도 제공
경북 영덕군 병곡면에 있는 옛 토염 염전터. 경북도 제공

삼국시대 때부터 동해안에서 전승돼 온 전통 제염법 '영덕 토염'이 경상북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경북도는 29일 '영덕 토염'을 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도는 토염 생산 기술을 알고 있는 지역민 대부분이 1920년대, 1930년대 생으로 관련 기술 기록과 전통지식, 소금 생산과 관련한 공동체 문화를 시급히 보전해야 한다고 판단, 이번 무형문화재 지정을 결정했다.

다만, 토염은 동해안에서 일부 공유하는 문화인 데다 문화재청에서 이미 지정한 제염(2018, 공동체 종목)과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기 어려워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했다.

토염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전통 제염법으로, 갯벌의 흙과 솥을 모두 이용해 소금을 만드는 방식이다.

과거 선조들은 바닷물을 끓여 만드는 자염, 토염 등 제염법을 사용해 왔다.

영덕 토염은 동해안에 있던 갯벌의 흙을 이용해 염전을 만들고, 햇볕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염분 함수율을 올린 뒤 남은 소금물을 솥에서 끓여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바닷물 원수를 곧장 솥에 끌일 떄와 달리, 염전에서 먼저 한 차례 말린 물을 솥에 끓이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선조의 지혜가 담겼다. 갯벌 흙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무기질을 소금에 담아 낼 수 있으며 쓴 맛이 적고 결정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조사 결과 영덕은 제염업에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해안선 길이가 길고 기후가 온화하며 계절풍의 영향을 골고루 받아 해수를 이용하기 편리하다. 뒤로는 산이 있어 물을 끓일 땔감을 구하기도 좋다.

문헌 등에 따르면 조선시대 영덕의 소금 생산 지역은 남정면, 영덕읍, 축산면, 병곡면 등이다. 병곡면과 남정면이 중심이 됐다.

당시 영덕 토염은 동해산 어물과 함께 경북 내륙까지 유통됐다. 제염자가 생산한 토염을 행상꾼이 매입한 뒤 영해에서는 육로로 창수재를, 영덕에서는 황장재를 넘어 안동에 유통했다. 이는 다시 예안·의성·청송·영양 등으로 공급됐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대량 생산에 유리한 천일염 방식이 국내 유입되면서 전통 제염법이 뒤로 밀려났다. 천일염은 염전에 끌어들인 바닷물을 바람과 햇빛으로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방법이다.

천일염에서 나는 약간의 쓴맛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다 보니 국내 몇몇 지역에선 전통 제염법을 고수하기도 했으나, 이후 6·25 동란과 천일염 대중화, 공장제 소금 보급이 이어지면서 끝내 명맥이 끊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도는 최근 영덕에서 이뤄진 학술조사 연구와 당시 제염에 직접 참여했던 주민들 증언을 바탕으로 전통 토염 생산방식의 원형을 복원해 다시 전승할 방침이다.

김상철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지역 내 세대를 거쳐 꾸준히 전승되는 공동체 종목을 꾸준히 발굴하고 문화재 지정을 확대해 지역 무형유산의 전승과 보전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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