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 카눈 점점 '좌클릭', 경남 아니라 전남 상륙?…7호 '란' 발생 수순

일본기상청 "태풍 카눈 호남 관통 후 서해로 간다"…내륙 이동만 전망한 우리 기상청 예보와 차이
경로 바뀌면 피해 더 큰 '태풍 오른쪽 위험반원' 지역도 변화

(왼쪽부터)일본·미국·한국 기상당국 예상 6호 태풍 카눈 한반도 상륙 지점 및 이후 경로
(왼쪽부터)일본·미국·한국 기상당국 예상 6호 태풍 카눈 한반도 상륙 지점 및 이후 경로

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상륙 예상 좌표 영점 조정이 점점 '좌클릭', 그러니까 점차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선 예보에서 부산 및 동해안을 가리켰던 게, 서쪽 경남 통영 일대를 가리키더니, 좀 더 서쪽 전남 고흥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피해가 좀 더 큰 경향을 보이는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드는 지역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기상청이 8일 0시 태풍 카눈 예보 업데이트에서 밝힌 내용이다.

2시간 전인 7일 오후 10시 우리 기상청이 내놓은 전망에서 좌클릭한 맥락이다.

기상청 7일 오후 10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기상청 7일 오후 10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우리 기상청의 7일 오후 10시 예보(위 이미지)에서는 태풍이 10일 오전 강도 '강' 상태로 경남 통영을 통해 상륙, 북서진하며 지리산 일대와 충청도 일대을 이동하고, 이어 서울 등 수도권의 서쪽 지역을 지날 것으로 봤다. 전국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경로다.

그런데 2시간 뒤 나온 일본기상청 예보(아래 이미지)에서는 태풍이 좀 더 서쪽에서 상륙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중 전남 고흥 일대다. 이어 광주를 관통하는 등 호남 지역을 가로지른 후 서해로 빠져나가는 데, 10일 오후 중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진행 중인 새만금 일대를 정확히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충청권 및 수도권 서쪽 경기만 등 서해 바다를 서해안에 거의 붙어서 이동한다는 전망이다.

우리 기상청은 태풍이 남해안 상륙 후 지속해 한반도 내륙만 거치다 소멸할 것으로 보는데, 이와 비교해 일본기상청은 태풍이 좀 더 서쪽 좌표를 통해 상륙, 호남만 지나 다시 서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는 게 차이점이다.

기사 속
기사 속 '새만금' '전남 고흥' '전남 여수' '경남 통영' 위치. 네이버 지도
일본기상청 8일 0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일본기상청 8일 0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그러면서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드는 지역을 두고, 우리 기상청 예보의 경우 동남부 지역이 포함된다고 보지만, 일본기상청 예보의 경우 한반도 서해안 일대가 포함된다고 보는 게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다.

아울러 태풍이 계속 육상을 거칠 경우 세력이 급속히 약화하는 걸 감안하면, 우리 기상청 예보상 태풍은 상륙 후 중부 지역을 향하면서는 세력이 급속히 떨어질 전망이지만, 일본기상청 예보가 현실이 된다면 태풍이 호남만 '잠깐' 거치는 것이어서 태풍이 다시 바다(서해)로 빠져나간 후 새만금 지역 등 충청·수도권을 잇따라 오른쪽 위험반원에 두는 11~12일쯤 시점에선 그 위력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

같은 시각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의 태풍 카눈 예상경로상 상륙 지점은 통영과 고흥 사이 전남 여수를 가리키고 있는데(아래 이미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좌클릭하는 태풍 경로 전망을 지지하는 맥락이다.

이런 전망 수정의 흐름을 감안하면, 우리 기상청도 일본·미국의 예보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잼버리 조기 철수 결정이 7일 전격적으로 나온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이렇듯 태풍 카눈이 경남 또는 전남 지역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하는 수순은 확실시되고 있다.

태풍이 상륙할 때 강도는 '강' 상태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앞선 예보에선 태풍 카눈이 일본 큐슈 일대를 관통, 이때 세력이 크게 약화해 한반도에 상륙할 땐 강도 '중' 상태가 될 것으로 봤다. 수증기가 먹이인 태풍은 먹이가 줄어드는 육상에서 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태풍 예상경로의 좌클릭에 따라 큐슈를 거치지 않게 돼 남해안이 태풍 카눈이 사실상 처음 맞닥뜨리는 육지가 되면서, 강도 역시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은 채로 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태풍의 첫 관문인 제주도가 예상보다 더 가까이 태풍 카눈을 접하게 됐다. 큐슈 역시 관통 만큼 위험한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드는 수순을 맞게 됐다.

기상청 7일 오후 10시 30분 발표 13호 열대저압부(7호 태풍 란으로 8일 중 격상 예상) 예상경로
기상청 7일 오후 10시 30분 발표 13호 열대저압부(7호 태풍 란으로 8일 중 격상 예상) 예상경로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즈음 내지는 조금 앞서선 7호 태풍 '란'이 발생할 전망이다.

즉, 태풍 2개가 동북아 일기도에 함께 배치되는 상황이 곧 만들어지는 셈인데, 이는 '가을 태풍' 시즌에 이따금 보던 현상을 8월 한여름에 목격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일 괌 북동쪽 1천여km 해상에서 발생한 13호 열대저압부가 8일 중 태풍 란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13호 열대저압부는 현재 북서진 중인데, 애초 일본 도쿄 일대로 향할 것으로 전망됐던 게, 이 역시 태풍 카눈처럼 좀 더 서쪽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북아시아 일대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확대되면서, 태풍의 경로인 고기압의 가장자리도 서쪽으로 옮겨진 데 따른 수순이다.

각국 기상당국 예측 모델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태풍 란은 일본에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란이 일본 남쪽 해상만 지나다 소멸한다는 예상과 애초 가려던 도쿄 등 일본 수도권 일대로 복귀해 북쪽으로 관통한다는 예상 등이 혼재한다.

다만, 태풍 카눈에 제기됐던 북서진 중국 상하이행 전망이 뒤집어져 북동진 일본 본토행을 가리키더니, 이게 재차 뒤집어져 일본 큐슈를, 이어 좀 더 좌클릭이 이뤄져 한반도 남해안을 노리게 만든, 지금 '변동성이 매우 큰' 동북아 기상 상황을 감안하면, 태풍 란의 한반도에 대한 직·간접 영향 가능성도 계속 지켜볼 부분이다.

란(Lan)은 태풍위원회 14개국 중 미국이 제출한 이름으로, 마셜어로 '폭풍'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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