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8서울올림픽 주역 '호돌이' 캐릭터 탄생 40주년…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

잊지 못하는 호돌이 탄생 순간
디자인파크 창업, 대전 꿈돌이도 제작
호랑이 기념관 필요, "한국만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야"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천천, 춘춘, 롄롄…

지난주 막이 오른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 이름이다. 마스코트는 세계적인 대형 스포츠 경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경기가 열리는 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힌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역시 한국의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와 곰에서 비롯되면서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숱한 마스코트들이 탄생했지만 한국의 공식 마스코트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88년 서울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 '호돌이'다. 올림픽 개최 5년 전 캐릭터 개발에 들어가 탄생한 '호돌이'는 올해 탄생 40주년을 맞았다.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호돌이는 여전히 사랑받는 캐릭터다. 특히 최근 레트로 열풍까지 불면서 88올림픽 이후에 태어난 MZ세대들 역시 '호돌이'가 그려진 옷, 모자 등 굿즈 모으기에 나서기도 한다.

호돌이를 탄생시킨,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와 호돌이 40주년을 되짚어봤다.

호돌이 캐릭터.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호돌이 캐릭터.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끝없는 호랑이 연구…호돌이 탄생의 순간

김현 디자이너는 우선 호돌이 40돌을 기념해 독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호돌이를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호돌이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사랑해줘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호돌이 제작과 함께 '디자인파크(현 디파크브랜딩)'를 설립해 500개 이상의 기업 CI, BI 작업을 맡아온 김 디자이너는 지난 2017년 은퇴 했다. 은퇴 후 그동안 못했던 여행도 다니고 건강도 챙기며 생활 했다던 그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호돌이 40주년을 맞이했다.

그에게 호돌이 탄생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삶의 순간이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이 필요했다. 그 수단으로 '호랑이 캐릭터'가 논의되면서 올림픽 개최 5년 전, 1983년 올림픽 조직위는 캐릭터를 만들 7명의 디자이너를 불러 경쟁을 붙였다.

김현 디자이너는 "나를 포함한 7명의 디자이너에게 3개월의 시간을 주고 1인당 두 점의 호랑이 캐릭터를 그려오게 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제출한 캐릭터 중 하나가 결정됐다"며 "그게 호돌이였다"고 했다.

본격 캐릭터 작업에 들어 간 그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호돌이'에만 집중했다. 호돌이는 올림픽의 다양한 경기 종목을 표현하는 60여개의 동작을 구현해야했다. 어떻게하면 귀여운 동시에 한국적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 김 디자이너는 호랑이 관련 온갖 자료를 수집하거나 동물원을 찾아가 하루 종일 호랑이만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줄 한 방이 필요했다. 마감기한이 다가왔을 때 그의 머리에 상모 돌리는 호랑이가 번쩍 떠올랐다.

그는 "친척이나 직장 동료에게 호랑이와 관련된 자료는 보이는대로 다 모아달라고 했다. 당시 모은 자료만 해도 약 500개가 넘는다. 호랑이를 연구한 다음 어떻게 우리만의 특별한 호랑이를 만들까가 문제였다. 마감 직전에 '상모'를 떠올렸다"며 "호돌이라는 이름도 국민들의 작명 공모를 통해 탄생했다"고 회상했다.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호돌이 정신 이어받은 수호랑…"너무 감사한 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호돌이의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에도 김현 디자이너의 캐릭터 개발은 꾸준히 이어졌다. 호돌이가 채택되고 '디자인파크'를 창업한 그는 이후에도 BC카드, 삼성 래미안 등 일반 기업의 CI‧BI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공공 도안 작업을 맡아오면서 산업 디자인 분야를 개척해나갔다. '꿈돌이'로 유명한 대전 엑스포의 유명 마스코트 역시 김현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김 디자이너는 "서울 올림픽처럼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 역시 경쟁을 통해 선정됐다. 과학 박람회였기 때문에 우주에서 온 요정을 그려야했다. 우주에서 온 요정을 한번도 본 사람이 없었기에 굉장히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당시 팀 직원이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꿈돌이를 완성시켰다"고 했다.

시간은 흘러 2018년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로 또 다른 호랑이 캐릭터 '수호랑'이 탄생했다. 당시 수호랑이 호돌이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김현 디자이너의 소회도 남달랐다.

그는 "호돌이를 만든 이후 동계올림픽 마스코트가 호랑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국의 상징 동물이 호랑이로 자리 잡았으면 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 이미지가 확실하게 생기는 셈이다"라며 "수호랑이 탄생했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다. 앞으로 열릴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의 상징이 '호랑이'가 되게끔 호랑이 그림, 캐릭터 사용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디자이너는 호돌이의 향후 50주년, 100주년을 위해 '호랑이 기념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호랑이를 한국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꾸준히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전 세계적인 캐릭터 미키마우스는 어느덧 100살이다. 호돌이도 기왕이면 100살까지 국민들의 마음 속에 기억되면 좋겠다"라며 "우리나라 모든 호랑이를 볼 수 있도록 호랑이 기념관을 만들어 굿즈 제작 등을 통해 한국의 대표 캐릭터로 '호랑이'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관광 상품으로도 개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끝으로 '호돌이'가 '아들'이라는 김현 작가는 꾸준히 이어지는 호돌이에 대한 사랑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현 디자이너는 "호돌이는 내게 효자 아들이다. 40년 동안 잘 살아줘서 고맙다"라며 "88올림픽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모를 법한데도 젊은 세대들도 호돌이에 관심을 가져줘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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