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검시조사 경험이 흔치 않은 사례와 맞닥뜨린 세계 경찰들의 식견을 조금이나마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김대열(44)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검시조사관은 드물게 일어나는 변사 사고의 원인을 밝혀낸 경험을 논문, 칼럼으로 기록하며 동료와 후배, 나아가 세계의 경찰 및 법의학자를 돕고 있다.
그는 국내 과학수사요원 가운데 최초로 제1저자 자격의 법의학 분야 원저 논문을 국제 법의학 학술지(Legal Medicine, SCIE)에 게재했다.
김 조사관의 '우리나라의 세탁기 관련 사망에 대한 고찰' 논문은 2008~2020년 국내 세탁기 관련 변사 23건 가운데 통돌이 세탁기에 노인, 장애인이 빠진 사례가 19건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드럼 세탁기에서 발생한 6~8세 어린이 사망 사례는 모두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갇혀 저산소증에 처하는 사고사였다고 짚었다.
그는 각각을 사고사, 극단적 선택으로 구분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에게 관심을 쏟아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짚었다.
해당 논문을 쓰고자 국내 현장 사례들을 모으고 기록했다. 국내 법의학 인력이 매우 부족했고, 특이 사례가 국내 문헌으로 보고된 사례도 드물었다. 이에 외국의 유사사례를 찾아보거나 동료들이 알려준 비슷한 사례의 조사 경험을 참고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처럼 보이는 사고사 사례, 타살 같은 극단적 선택 등 이례적인 사망 현장을 접할 때면 참고할 자료가 없어 어려움이 컸다. 그러던 중 이상한 국방과학수사연구소 법의과 과장으로부터 '귀중한 경험들도 역사다. 기록으로 남겨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이 과장께 가르침을 청하며 논문 집필을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김 조사관은 대한법의학회지, 경찰학 연구 등에도 ▷드라이아이스 ▷운동기구에 목 눌림 ▷타이어 파열 ▷차량 내 목 졸림 ▷조현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선택 방법 등 이례적 사망의 특징을 설명한 논문 10여 편을 발표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제24회 국제법의학회(IALM)에서는 김 조사관의 연구 초록과 포스터를 전시작으로 선정했다. 법의학 관련 학술·교육 현장에서 초청 강의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묻힐 뻔한 사인을 찾아 망자의 억울함을 풀었을 때 특히 보람이 크다고 했다.
"경북 상주시 한 도로 옆 논에 있던 사망자 목에서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도 없는 골절상이 확인돼 '뺑소니 같다'는 소견을 전했습니다. 머잖아 주변에서 부서진 차량 파편 등이 발견됐고,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에 뿌듯했습니다."
김 조사관은 "범죄만 남고 범인은 찾지 못할 때 아쉬움이 크다. 실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망 사례들의 원인을 좀 더 쉽게 밝혀내려면 선행사례와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노력들이 동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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