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인으로, 독립투사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육사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성취를 알리기 위한 '해외 이육사 문학제'가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23일 '도쿄에서, 이육사를 만나다'를 주제로 일본 도쿄대학 고바마 캠퍼스 학제교류홀에서 열린 '2023 해외 이육사 문학제'에는 한국과 일본의 학생·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해 육사 선생의 문학 세계를 공유했다.
이번 문학제는 도쿄대 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이육사 문학 강연과 공연 등을 통해 일본 한 복판에서 육사의 문학세계와 정신을 기렸다.
가장 먼저 강연에 나선 미쓰이 다카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조선식민지 지배와 문화'를 주제로 일본 식민지 지배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조선에서의 '민족문화' 형성 및 전개가 얼마나 식민지배라는 정치상황에 규정됐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는 조선총독부는 '황민화 정책'과 '내선일체', 조선의 언어 운동 등 문화 영역에 적극 개입하면서 조선어 교육 중지, 조선 미술 작풍의 일본 근대미술화, 언론과 학술잡지 등 대중문화를 통한 식민지배를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미쓰이 다카시 교수는 "이번 이육사 문학제가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이육사의 생각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환기시키고, 그가 갈등을 넘어서 원했던 '평화'의 모습에 대해 상상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밝혔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손병희(안동대 명예교수) 이육사문학관장이 '우애와 평화를 위한 투쟁'이라는 제목으로 식민지시대 한국인들의 삶을 상징하는 이육사의 일생과 문학적 성찰을 소개했다.
손 관장은 "이육사의 생애가 구성한 장엄하고 비극적인 서사에 한국인들은 그에게 '민족시인'이란 수식어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이육사의 시는 한민족의 정치적 해방을 뛰어 넘는 보편적 공감과 서정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수 있다"고 말했다.
손 관장은 이육사의 시는 정치적 해발을 뛰어넘는 진정 해방된 평화로운 세계, 행복의 본질적 세계를 환기하는 서정의 문맥을 구성하고, '청포도'에서 형상화된 우애와 평화가 넘치는 상상의 세계는 시대와 역사를 넘어서는 보편적 공감력을 지닐 것이라 덧 붙였다.
이후 김민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진행으로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사토 유나 등 일본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 육사 시를 낭송하고, 야마시타 사토코 등 4명의 일본 학생들이 한국어로 한일 양국 아이돌의 차이, 서로에 대한 감정, 한국어와 한국시에 대한 감상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천혜숙 안동대 명예교수는 "한국어과도 없는 대학의 학생들이 한국어로 발표한 것에 정말 놀랐다"며 "한일간 불행의 역사가 있지만, 일본 학생들이 객관적 시각에서 양국 관계성을 논하고, 교류의 고민으로 이어진다는 등의 발표에서 감동을 받았고 정말 칭잔하고 싶다"고 강평했다.
홍석표 이화여대 교수는 "이육사 선생도 일본어를 잘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오늘 발표한 일본 대학생들도 한국어를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4명의 학생이 한국어로 한 주제발표는 내용도 형식도 정말 감동적이었다. 일본어로 육사 시를 낭송했을 때에도 정서와 감동은 여전했다. 그것이 시의 힘이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안동대학 탈반 덧뵈기 학생들의 풍물 길놀이와 영남가락 사물놀이 공연으로 일본 현지인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행사 마지막으로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성악을 유학하고, 세계 3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센터에서 영 아티스트를 역임, 2022년 혁신인물상과 서울 심포니 국제콩쿨 1위를 수상한 양승호 테너가 육사 시 '광야'와 '청포도'에 이한과 홍신주씨가 곡을 붙인 가곡을 불러 장엄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육사의 딸 이옥비 여사는 인사말을 통해 "일본 도쿄에서 이육사를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 한국에서 오신분들, 일본에서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고 감격해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문재인 방탄 동맹과 특권 계급의 꿈 [석민의News픽]
'핵볕'으로 돌아온 '햇볕정책'…與 '민주당 대북 굴종외교 산물' 논평
추미애 "정부 때문에 국민 고통…미리 못 막아 송구"
한덕수 "지역 거점 병원 '빅5' 병원 못지않게 키운다"
"한동훈 화이팅" 귀성객 응원 속 與 추석 인사…"국민 눈높이서 해결책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