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

홈 스위트 홈-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23년(최진영 외 5인/문학사상/2023)

매년 읽는 필독서가 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다. 몇 달 후면 2024년 작품집이 나올 테니 늦은 감은 있지만, 잊고 싶지 않아서 기록해 두려 한다. 읽지 않는 것이 문제지, 읽은 책의 느낌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에 늦은 시간은 없을 것이다. 2023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집이라는 공간으로 끌어와 죽음에 대한 사유를 색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다.

최진영은 2006년 실천문학 단편소설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가가 됐다. 마치 연시 한 구절 같은 제목의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 2020년에는 '이제야 언니에게'로 제35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후배들에게 "저는 나의 가장 큰 선생님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작가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40대의 '나'는 어느 날 말기 암 진단을 받는다. 수술과 항암 치료 종료 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재발, 그리고 다시 2차 재발, 거듭되는 치료와 재발을 겪으면서 치료를 거부하고 시골 폐가를 사들여 거기서 살 계획을 한다. 완치나 회복을 위한 상투적인 조치가 아니라 풀을 뽑고 벌레를 잡는다는 일상 이야기로 시간을 재구조하며, 막연한 두려움보다 구체적 슬픔에서 희망을 찾는다.

치료를 위한 시간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기에 하루하루를 사는 것으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다. 살아가는 시간은 현재 내가 마주하는 미래의 시간이고 희망이기 때문이다.

"나는 선택하고 싶었다. 나의 미래를. 나의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살아있다는 감각에 충실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치료는 그런 것이었다."(27쪽)

"나는 다시 아플 수 있다. 어쩌면 나아질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을 수 있다. 탄생과 죽음은 누구나 겪는 일, 누구나 겪는다는 결과만으로 그 과정까지는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이제 나는 다른 것을 바라보며 살 것이다."(38쪽)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사계의 풍경과 마음을 담은 인디언의 달력처럼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거리와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는 이 작품을 읽으며, 산다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이다안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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