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응급실 뺑뺑이’ 줄어든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전국 확대 가능성은?

대책 시행 후 환자 이송 시간 줄어들어
‘119구급스마트시스템’도 시범 운영 중
전국 확대 위해서 의료기관 협조 절실

지난 8일 대구소방안전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김진영(35) 소방교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고 있는 모습. 박성현 기자
지난 8일 대구소방안전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김진영(35) 소방교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고 있는 모습. 박성현 기자

"80대 여성. 저혈당으로 의식 없음. 인근 병원 수용 불가. 재이송 병원 선정 요망"

지난 8일 오전 이현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급하게 연락했다. 인근 병원에 수용이 어려우니 재이송할 병원을 선정해달라는 것.

센터에 있던 김진영(35) 소방교는 즉시 핫라인을 통해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에 연락해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병원측은 환자 수용 준비에 들어갔고, 119구급차는 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심정지 등 응급중증환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할 병원을 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군위군 우보면에서 8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확인됐다. 김 소방교는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지시했고, 현장 구급대원들이 응급조치와 이송준비를 하는 사이 김 소방교는 이송할 병원에 환자 상태를 상세히 전달했다.

지난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구급차에서 2시간 동안 떠돌다 사망하는 사건(매일신문 3월 28일 단독 보도)을 계기로 대구의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확 바뀌었다.

바뀐 체계의 성과가 명확한만큼 대구의 '책임형 응급의료시스템'의 전국 확대 요구가 높지만, 아직 제도적 뒷받침과 의료기관의 협조는 못 미치는 형편이다.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의 핵심은 119구급대가 각 의료기관에 환자 수용을 문의하는 대신,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 중증도에 따라 이송병원을 선정하는 게 골자다.

119구급대가 지역 내 응급실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119구급스마트시스템'도 지난 10월부터 대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119구급대가 구급스마트시스템에 환자 정보를 제공하면 각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수용 여부를 응답하는 방식이다. 대구 소방당국은 병원 이송 전에 응급환자 분류체계(Pre-KTAS)에 따라 환자 상태를 구분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대구에서 응급실 이송 시간은 단축되고 있다. 제도 시행 이전인 올해 4~7월 환자 이송시간이 10분을 넘긴 경우는 하루 평균 23.2명이었지만 8~ 10월에는 17.2명으로 26%가 감소했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현장 구급대원들도 환자 응급처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강선애 북부소방서 소방장은 "과거에는 환자 상태, 병력, 보호자 여부 등 필요 이상의 정보를 받아서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다 보니 현장 체류 시간이 길었다"면서 "지금은 환자 처치에 집중할 수 있고 응급실 수용 여부도 빨리 알 수 있다"고 했다.

소방청은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의료기관의 호응도가 관건으로 꼽힌다. 대구의 경우 지난 4월 6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는데 합의했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에서는 소방당국이 환자 이송 병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구만큼 의료기관의 호응이 높은 곳이 없어 전국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역별로 의료 인프라도 차이가 있는 만큼 지자체와 협력해 관련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