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지금 보면 좋을 겨울 영화 '윤희에게' '먼 훗날 우리'

영화평론가

영화 '윤희에게'.
영화 '윤희에게'.

겨울 하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가.

올드팬이라면 지난해 사망한 라이언 오닐의 '러브 스토리'(1970)가 생각날 것이고, 중년이라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를 손꼽을 것이다. 눈 덮인 설국에서의 "오겡끼데스까?", 센트럴파크에서의 눈싸움, 모두 기억에 남을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추운 겨울을 감싸는 따뜻한 정감의, 모닥불처럼 온기를 가진 영화를 보면서 긴 겨울을 견디는 것은 어떨까. 지금 보면 좋을 겨울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OTT들에 서비스 중이어서 따뜻한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

◆겨울보다 더 추운, 윤희의 삶

김희애 주연의 '윤희에게'(감독 임대형)는 가슴에 묻어 둔 긴 사랑의 이야기를 눈 속에 핀 꽃처럼 시리게 그려낸 영화다. 10대의 소녀에서 어느덧 중년이 된 여인의 비밀스러운 사랑. 꺼져가던 그 불이 다시 살아난다.

윤희(김희애)는 고3 딸을 둔 엄마다. 딸 새봄(김소혜)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살기로 선택한다. "엄마가 더 외로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날 일본에서 편지가 온다. '윤희에게. 잘 지내고 있지?' 엄마에게 온 편지를 몰래 읽어본 새봄은 여행을 제안한다.

모녀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삿포로의 오타루에 도착한다. 모든 것이 눈으로 덮여 있다. 그곳에서 윤희는 누구를 찾는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옛사랑이다. 그러나 선뜻 이름을 부를 수가 없어 되돌아 선다.

'윤희에게'는 눈 속 겨울 풍경 보다 윤희라는 이름 속에 갇힌 한 여인의 추운 삶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영화이다. 사랑의 온도는 누구보다 뜨겁지만 누구에게도 축복 받지 못한 사랑, 그래서 숨고 감추다 중년이 되고 만 슬픔이 윤희의 눈물처럼 아쉽고 안타깝게 한다.

그럼에도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 새봄에 의해 영화는 밝게 그려진다. 모녀의 설국으로의 여행이 소담스럽고 예쁘다. 오래된 엄마의 앨범, 엄마의 필름 카메라, 마음을 담은 손 편지 등 영화에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윤희의 그리운 마음 또한 그랬을 것이다. 오타루 수로 위 다리에서 만난 두 사람의 눈 밟는 소리가 그 세월을 말해준다. 영화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난로가에서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 '윤희에게'.
영화 '윤희에게'.
영화 '먼 훗날 우리'.
영화 '먼 훗날 우리'.

◆겨울 배경으로 한 첫사랑의 추억

또 하나의 가슴 시린 영화가 '먼 훗날 우리'(감독 유약영)이다. 섣달 그믐날과 새해 첫날을 중심으로 10년의 이야기가 그려져 지금 보면 딱 좋을 영화다.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 주연으로 올해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일 정도로 중국영화답지 않게(?)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7년 설날(춘절). 귀향하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정백연)과 팡 샤오샤오(주동우). 베이징에서 함께 미래를 꿈꾸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현실의 장벽 앞에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10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 중에도 첫사랑의 추억은 늘 아프게 한다. 헤어진 이유야 셀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다들 이렇게 생각해 본다. '그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먼 훗날 우리'는 귀성길에서 만난 두 청춘의 가슴 아픈 10년 간의 사랑 이야기를 새해라는 명절을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 류뤄잉의 '춘절, 귀가'가 원작이다. 이때만 되면 함께 음식을 먹으며, 내년은 더 나은 해가 될 것이라 희망하고 기대한다. 사랑도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 사랑은 늘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주춤거린다. 그러다 다투고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 헤어진다. 그래도 마음은 늘 둘에게로 향한다. 그리워하고 추억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 마음 또한 옅어지기 마련이다.

'먼 훗날 우리'는 애틋하고 절절했던 그 감정들을 새롭게 들춰보게 하는 영화다. 특히 두 배우의 호연이 절로 첫사랑의 아픈 기억으로 몰입돼 눈물을 흘리게 한다. 중국의 연기파 배우 주동우의 여린 외모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물 연기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영화는 중국 젊은 세대의 아픔과 시련을 잘 담고 있다. 세월이 흘러 쓸쓸한 설날을 보내는 아버지의 회한까지 더해 공감을 자아낸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 '먼 훗날 우리'.
영화 '먼 훗날 우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