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로 학교 현장의 현실이 바뀔 것 같지 않아서요."
#1. 정년퇴직을 1년 앞둔 대구 한 중학교 교사 A(61) 씨는 다음 달 명예퇴직으로 일찍 학교를 떠날 예정이다. 지난 2년 간 학생부장을 맡아 각종 학교폭력 업무를 처리했던 그는 교육자로서 무력감을 맛본 게 이른 퇴직을 결심한 이유였다.
A씨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간에 신뢰가 점점 옅어지고, 교육적 해결이 아닌 '처벌이 능사'로 흘러가는 현실 속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2. 학생 지도에 지친 초등교사 B(62) 씨는 지난 1년 내내 명예퇴직을 고민했다. 4학년 담임을 맡았던 그는 지속적으로 교육활동 방해를 일삼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시간마다 전쟁을 치러야 했다.
B씨는 "몇 차례 경고에도 수업 시간에 계속 떠들던 두 학생을 교실 뒤에 서 있도록 했는데, 벌을 서는 중에도 두 학생은 이상한 춤을 췄고 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학생들까지 같이 춤을 추며 날 조롱했던 기억이 큰 상처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교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는 대구 공립 초·중등교사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4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명예퇴직 예정인 지역 내 공립 초·중등교사는 모두 268명이다. 이는 최근 3년 내 가장 많은 숫자다.
명예퇴직한 교사는 2022년 211명에서 지난해 267명으로 늘었다. 2년 새 퇴직교사가 27%나 증가한 셈이다.
초등학교 교사 중 명예 퇴직자는 2022년 78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56.4% 급증했다. 올해 역시 110명으로 100명대를 유지했다. 중등교사 역시 2022년 133명에서 지난해 145명으로 늘었고, 올해 158명이 퇴직할 예정이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퇴직하는 교사들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학생 지도에 대한 어려움'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전후로 '교권침해' 논란이 이어지면서 명예 퇴직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교사로서의 자긍심 하락, 처우에 비해 가중한 업무 부담 등도 거론된다.
달서구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명예퇴직을 원하지만 연금 등의 문제로 하지 못 하는 교사들도 많을 것"이라며 "학생 지도 과정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루빨리 교편을 내려놓으려는 교사들이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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