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공보물, 짜집기에 날림 공약으로 가득…유권자 '알 권리' 침해 비판

4·10 총선을 11일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부천시 상동의 한 공동주택에서 우체국 집배원들이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를 우편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11일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부천시 상동의 한 공동주택에서 우체국 집배원들이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를 우편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 일부 국민의힘 후보들이 무성의한 선거 유세(매일신문 3월 31일 보도)로 당 텃밭 지역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1일부터 각 세대에 일제히 배부되고 있는 선거공보물마저도 각종 짜깁기에 날림 공약으로 채워져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우편함에서 선거공보물을 받아 든 대구시민들은 집권여당 후보의 공약이 '수준 이하'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우선 추천(전략공천)과 국민추천 프로젝트로 '깜짝' 공천을 받은 김기웅(중구남구)·최은석(동구군위갑)·우재준(북구갑) 후보의 경우 선거 준비가 턱 없이 부족했음이 선거공보물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또 함께 동봉된 야당 및 무소속 후보들의 선거공보물이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공약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시민 최모(34·방촌동) 씨는 "여당 후보 공약이라고 써 놓은 것들 대다수가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것들인데 다가, 소위 뜬구름 잡는 말도 장황하게 써놓았기에 대충 훑어보고 치웠다"고 말했다.

일부 공약은 기초·광역의원들의 지방선거 공약과 판박이고, 컷오프(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의 4년 전 공약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은석 국민의힘 후보가 첫 번째 공약으로 앞세운 'K-2 후적지, 휴노믹시티 건설'은 류성걸 의원이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사실상 유사하다. 또 경부선 철도 지하화, 동북부 순환선 신설, 금호강 강변도로 건설 등 재원 마련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공약(空約) 우려가 나오는 공약들도 상당수였다.

김기웅 국민의힘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동현 중구의원 후보가 공약한 'CCTV 설치 확대'를 이번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오는 7월 지정이 유력한 '동성로 관광특구'를 공약으로 발표한 한편, 미군기지 및 시청부지 후적지 개발과 관련해 '적극 추진', '원만한 해결' 등의 용어만 사용하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시민 김모(58·대명동) 씨는 "김기웅 후보 선거공보물에서 사진이 전체의 반절이니 말 다했다"며 "유권자 무시가 도를 넘었다. 공천만 받으면 다 찍어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재준 국민의힘 후보는 도시정비사업의 원활하고 합리적인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요건 '완화'를 '강화'로 오기한 선거공보물을 유권자에게 배부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또 경북도청 후적지 개발, 대구도시철도 4호선 착공, 금호워터프런트 조성 등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자신의 공약으로 그대로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태업 논란이 일고 있는 선거구들이 모두 전략 공천 대상이었다는 데 주목한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낙하산 공천의 폐해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공천받은 후보가 지역 현안과 정책을 숙지할 수 있겠느냐"며 "무성의한 선거 유세와 짜깁기 선거 공약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선거구 국민을 대표하는 지역 대표성도 훼손시킨다"고 말했다.

다만 TK 여당 후보 전체가 이번 총선을 태업하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일부 후보 개인의 문제이지 TK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선량(選良)으로 평가받는 다른 후보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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