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대통령 탓’ 그만하고 여당 역할 제대로 하라

겨우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는 데 그친 여당의 총선 참패는 윤석열 정부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불가능하게 하는 위기 상황의 도래를 예고한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예산안은 물론 각종 개혁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정부가 될 수도 있다.

야당은 22대 국회 개원에 앞서 내달 초 '채 상병 특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특검 공세에 나선다. 그 노림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의 빌미를 쌓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엄혹한데도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결집하는 대신 총선 패배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거나 대통령을 압박하는 야당에 부화뇌동하는 지리멸렬한 모습만 노출하고 있다.

총선 민심을 들며 특검 공세에 나선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여당 의원들이 늘어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특검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안철수 의원 등은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면서 특검을 야당만 추천하도록 한 독소 조항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17일 초선 당선인 간담회에 초선의 절반만 참석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 위기 수습에 대한 입장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국민의힘 내부에 만연한 패배 의식만 드러냈다. 심지어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 내각 주장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탈당하면 야당은 속전속결로 탄핵을 추진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조국 등 야당 대표들의 셀프 사면과 조기 대선을 획책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정치적 혼란은 물론 정치적 승리가 사법적 심판을 무력화하는 민주주의 붕괴가 현실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조기에 체제를 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후속 비대위 출범과 전대는 하루빨리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총선 국민의힘의 지역구 득표율은 45.1%다. 이들 지지자들을 생각한다면 국민의힘이 이렇게 무기력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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