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메디치 효과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메디치'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문화를 이끌었던 가문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철학가, 과학자들을 후원했다. 이러한 결과 다양한 예술과 문화, 인문과 과학이 어우러져서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메디치 효과(The Medici Effect)'는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가 교차점을 이루어 서로 결합해서 폭발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의 틀과 상식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분야가 접목하면 창조적·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종 간의 다양한 분야가 서로 교류, 융합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뛰어난 생산성을 나타내고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창의적인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관련이 없는 것을 서로 접목해 다양한 관점에서 시도해봐야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한번은 전자산업 도시 구미의 문학 행사에서 시와 IT(정보통신기술)의 절묘한 만남을 주선한 일이 있다. 아직 블루투스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을 때 두 개의 다른 IT기업이 별도로 개발 중인 블루투스 기술에 무선 스피커를 접목해 시 낭송에 활용해봤다. 이 사례는 곧바로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냈다. 시 낭송 후 이들 두 IT기업은 서로의 기술을 자사의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행사에 도움을 준 엔지니어는 지금도 "우리나라 블루투스 기술 상용화를 5년 이상 앞당긴 매우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추억한다.

시인과 기업가라는 동떨어진 세계에도 교차점이 존재한다. 김광규 시인은 '생각의 사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지폐, 종이 두 장만 남을 뿐이다"고 했다.

언어로 함축된 에너지를 가진 시는 정치와 경제 사이, 경제와 노동 사이의 틈새를 좁히는 문화창조의 아이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정보기술(IT)의 융복합에 초점을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는 문학의 잠재된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균형 잡힌 산업 발전과 활발한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에 시적 영감이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와 결합해 폭발적인 혁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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