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자치경찰제

이순동 경북자치경찰위원장(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장)

이순동 경상북도자치경찰위원장
이순동 경상북도자치경찰위원장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가고 성장하는 존재임을 나타낸 표현으로, 이를 좀 더 확대해석하면 '연결'과 '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사람들 간의 관계와 융합에 중점을 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와는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을 총망라해 모든 것이 초(超)연결과 대(大)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들을 살펴본다면 4차 산업혁명과 자치경찰제에도 교차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치경찰제 시행의 핵심 가치 또한 연결과 융합에 그 답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자치경찰제가 지향하는 첫 번째 목표가 '치안 행정과 지방행정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복잡 다양한 행정 수요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경찰의 활동을 아동·여성·노인 등 약자 보호에 집중함으로써 규제 중심의 치안 행정을 복지 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중앙집권식의 획일적 치안이 아닌 주민들의 요구와 눈높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현장 중심의 민(民)-관(官) 연결을 매개로 한 맞춤형 치안 정책의 수립과 시행'이다.

서울 도심과 경북 시골 지역의 환경이 다른 것처럼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치안 행정이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지난 3년간 경북자치경찰위원회를 운영하며 융합과 연결의 시너지가 경북형 자치경찰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신념으로 다양한 분야의 협력 사업을 펼치는 데 집중했다.

먼저 기관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이상 동기 범죄(무차별 흉기 난동) 발생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경북자치경찰위원회를 중심으로 경북경찰청-경북도-구미시와의 협업을 이끌어내며, 비수도권 최초로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를 운영한 것이다.

각종 흉기 난동이 정신질환자에게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찰-지자체의 합동 근무로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안전한 통제와 신속한 의료적 판단을 통한 긴급 이송 조치 등이 원스톱으로 처리되고 있어 이상 동기 범죄 예방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민 참여 협업으로는 교통안전 정책소통 현장 간담회를 들 수 있다. 지난해 경산, 구미 등 5개 시·군을 방문하며 추진한 간담회는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교통 불편 사항을 현장에서 수렴하고, 즉석에서 답변하거나 소관 경찰서에서 검토하도록 하는 등 총 51건의 지역 민원을 해결하며 도민 맞춤형 자치경찰제 시행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자치경찰제가 아니면 결코 성사될 수 없거나 시행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일을 자치경찰위원회가 구심점이 되어 단숨에 추진하게 된 것이다.

초대 경북자치경찰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간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도민들이 체감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이어지겠지만 성공한 자치경찰제로 남기 위해서는 고대시대부터 만고불변의 법칙처럼 통용되고 있는 '연결'과 '융합'의 중요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출범할 제2기 경북자치경찰위원회는 지금보다 더 크고, 더 튼튼한 치안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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