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79세 김정자 씨…"살아있는 동안 계속 배우고 싶어요"

10여 년 전 초졸 합격 후 재작년부터 중졸 검정고시 준비
주 4회씩 오후 7시~10시 야학 수업 들으며 부지런히 공부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김정자(79) 씨. 본인 제공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김정자(79) 씨. 본인 제공

"공부를 한다는 자체가 즐거웠어요. 살아있는 동안은 무엇이든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합격자 중 최고령인 김정자(79) 씨는 합격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6·25 전쟁으로 여기저기 피난 다니며 자연스레 학업을 포기한 김 씨는 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공부를 다시 하고싶다는 생각은 자주 들었지만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여유가 없었다. 그는 자식들 모두 학업을 마치고 결혼까지 해 생활이 안정되자 비로소 공부를 시작했다.

김 씨는 10여 년 전 초등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한동안 공부를 중단했다가 재작년부터 중등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 올해 4번 만에 합격했다.

김 씨는 낮에는 공공근로 등 개인 일정으로 바빠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는 야학 수업에 참여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주일에 4번씩 버스로 왕복 40분을 왔다 갔다 하며 부지런히 공부에 매진했다.

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김 씨보다 10~20살 어린 50, 60대라 위축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 나이에 교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라고 응원해 준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김정자(79) 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김 씨가 수학 공부를 한 흔적. 본인 제공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김정자(79) 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김 씨가 수학 공부를 한 흔적. 본인 제공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김정자(79) 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김 씨가 영어 공부를 한 흔적. 본인 제공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김정자(79) 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김 씨가 영어 공부를 한 흔적. 본인 제공

6개 과목 중 수학이 가장 어렵고 사회와 도덕이 쉽고 재미있었다는 김 씨는 "기초가 안 돼있다 보니 수학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아들이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에게는 말 못할 아픔도 있었다. 세 아들 중 막내 아들을 대학 시절 병으로 떠나 보낸 것. 자식을 잃은 아픔은 배움을 위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마음속에 아픔이 있다보니 뭐라도 해야 슬픈 생각이 덜날 것 같아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다음 목표는 고등 검정고시에 도전해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자식들이 김 씨의 건강을 생각해 만류하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는 "배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생각도 더 깊어지더라. 어떤 사람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배워서 무언가를 꼭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도 배우는 과정 자체에 몰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구 지역 검정고시 합격자는 1천478명으로 합격률은 86.7%였다. 이 중 60세 이상 고령 합격자는 모두 15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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