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한다는 자체가 즐거웠어요. 살아있는 동안은 무엇이든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2024년 대구 제1회 검정고시 합격자 중 최고령인 김정자(79) 씨는 합격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6·25 전쟁으로 여기저기 피난 다니며 자연스레 학업을 포기한 김 씨는 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공부를 다시 하고싶다는 생각은 자주 들었지만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여유가 없었다. 그는 자식들 모두 학업을 마치고 결혼까지 해 생활이 안정되자 비로소 공부를 시작했다.
김 씨는 10여 년 전 초등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한동안 공부를 중단했다가 재작년부터 중등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 올해 4번 만에 합격했다.
김 씨는 낮에는 공공근로 등 개인 일정으로 바빠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는 야학 수업에 참여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주일에 4번씩 버스로 왕복 40분을 왔다 갔다 하며 부지런히 공부에 매진했다.
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김 씨보다 10~20살 어린 50, 60대라 위축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 나이에 교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라고 응원해 준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6개 과목 중 수학이 가장 어렵고 사회와 도덕이 쉽고 재미있었다는 김 씨는 "기초가 안 돼있다 보니 수학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아들이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에게는 말 못할 아픔도 있었다. 세 아들 중 막내 아들을 대학 시절 병으로 떠나 보낸 것. 자식을 잃은 아픔은 배움을 위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마음속에 아픔이 있다보니 뭐라도 해야 슬픈 생각이 덜날 것 같아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다음 목표는 고등 검정고시에 도전해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자식들이 김 씨의 건강을 생각해 만류하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는 "배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생각도 더 깊어지더라. 어떤 사람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배워서 무언가를 꼭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도 배우는 과정 자체에 몰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구 지역 검정고시 합격자는 1천478명으로 합격률은 86.7%였다. 이 중 60세 이상 고령 합격자는 모두 15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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