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대 문화권 대해부] "그냥 산책길인줄" 용두사미로 끝나고, 재투자도 하세월인 관광지들

당초 계획보다 콘텐츠 양과 질이 후퇴한 관광지도
동의 참 누리원 조성사업, 당초 팔공산 일대→공원 근처로 장소 변경돼
지자체 의지 부족·예산 확보 등 문제로 대대적인 리뉴얼 어려워

경산 동의한방촌에 조성된 약초야생화원. 그러나 표지판이 없었으면 평범한 산책길로 착각할 정도로 볼거리가 없었다. 윤정훈 기자
경산 동의한방촌에 조성된 약초야생화원. 그러나 표지판이 없었으면 평범한 산책길로 착각할 정도로 볼거리가 없었다. 윤정훈 기자

3대 문화권 사업 가운데 초반 계획 보다 콘텐츠의 양과 질이 후퇴한 관광지가 있다. 콘텐츠의 양과 질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콘텐츠 개선에 대한 의지 자체가 부족한 지자체가 많을뿐더러, 추진하려고 마음먹어도 예산 확보 단계에서부터 막혀 재단장에 하세월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용두사미로 끝나다… '킬러' 빠진 킬러 콘텐츠

지난달 16일 오전 10시쯤 재개관에 맞춰 방문한 지상 2층 규모의 경산 동의한방촌. 1층은 한의원과 족욕체험실, 약초전시장, 화장품 판매장, 식당과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2층은 사무실과 약재 창고 등으로 사용했다.

1층 사용면적이 1천800㎡에 불과한 건물 안에 각종 시설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어 상가건물이나 단과대학 강의동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식당 역시 내부가 약 150㎡로 좁아 평일 낮임에도 자리가 모자랐다. 외부 산책로 역시 둘러보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넓지 않았다.

3대 문화권 사업 중 '동의(東醫) 참 누리원 조성사업'은 대구와 영천, 그리고 경산에 의료 및 한방 산업과 연계된 역사·문화·관광 공간을 창출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그 가운데 한방휴양지구로 지정된 경산은 자연과 불교, 한방이 접목되는 순례길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경산은 당초에 팔공산의 불굴사와 선본사 일대에 순례길, 템플스테이 체험관, 캠핑장, 쌈지공원, 약초야생화단지, 전망대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사찰과의 협의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결국 사업대상지가 삼성현역사공원 근처로 바뀌었고, 현재의 경산 동의한방촌이 됐다.

이 사업은 2010년 기본계획에선 5만4천㎡ 부지에 4천400㎡ 면적의 건축물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성 과정에서 용두사미가 된 것이다. 입지를 변경하면서 계획보다 축소된 4만9천㎡ 부지에 2천700㎡ 면적의 건축물에 그쳤다.

경산 동방한의촌 외부 전경. 윤정훈 기자
경산 동방한의촌 외부 전경. 윤정훈 기자

대구시와 접근성이 양호하고 현재 운영을 위탁한 대구한의대와 가까운 이점이 있지만, 기본계획상 핵심이었던 템플스테이 등 불교 관련 사업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생겼다. 현재 동의한방촌은 내부 한의원 진료, 족욕 등 체험 콘텐츠 이외에 외부는 즐길거리가 없어 산책하는 게 전부다.

기존 계획에 있던 약초야생화단지가 조성되긴 했지만 안내판만 있고 특색 없이 방치된 실정이다. 지난 2018년 중간평가에서 "약용식물의 지역 연관성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한방체험관과 더불어 약초야생화단지를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한방체험관에만 초점 맞춰 운영되고 있다.

경산시 관계자는 "약초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이 굉장히 까다로워 현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있는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안에 건립된 귀비고 전경 사진. 윤정훈 기자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있는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안에 건립된 귀비고 전경 사진. 윤정훈 기자

◆지자체 의지 부족… 리뉴얼 기약 없는 콘텐츠

포항시에는 3대 문화권 사업 가운데 '신라문화 탐방 바닷길 조성사업'으로 남구 동해면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과 '귀비고' 전시관이 지난 2019년 건립됐고, 오천읍에 일월문화공원이 2022년 조성됐다. 사업비는 모두 487억원이 투입됐다.

신라문화 탐방 바닷길 조성사업은 포항을 배경으로 한 삼국유사의 연오랑세오녀 신화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해 신라 역사 관광지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동해안을 따라 주변 지역 신라문화자원과 연계를 꾀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귀비고는 포항시 출자출연기관인 포항문화재단의 위탁, 일월문화공원은 포항시의 직영 형태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방문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귀비고는 지하 1층의 제1, 2전시실을 제외하면 즐길 콘텐츠가 부족했다. 지상 1~2층엔 일월문화 관련 짧은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일월영상관과 경북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일월라운지, 그리고 카페가 전부였다. 옥상정원이 마련돼있으나 포토존 조형물만 설치돼있을 뿐 썰렁했다.

귀비고는 지난 2018년 중간평가에서도 "충분한 전시물이 확보되지 않아 물리적 시설 활용도를 높여야 하며, 옥상에 전망 관련 시설 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이미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전시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개장한 지 5년이 지난 만큼 대대적인 리뉴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귀비고 옥상에 조성된 옥상공원. 포토존 조형물 한 두 개 설치돼있을 뿐 썰렁한 모습이다. 윤정훈 기자
귀비고 옥상에 조성된 옥상공원. 포토존 조형물 한 두 개 설치돼있을 뿐 썰렁한 모습이다. 윤정훈 기자

지방재정365를 통해 살펴본 결과,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귀비고 콘텐츠 개선' 내용을 포함한 포항시 '관광자원 개발' 예산이 잡혔지만, 정작 이와 관련해 지출된 내역은 2022년 귀비고 태양관 전기시설 출입금지 휀스 설치, 귀비고 계단실 지붕 및 옥상 포토존 보수 등 시설비뿐, 콘텐츠 개선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귀비고 측도 리뉴얼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지자체의 의지 부족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부서에서 리뉴얼 계획이 있더라도, 예산 확보를 위해선 시의회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난관이 많다.

포항시 컨벤션관광산업과 관계자는 "귀비고 콘텐츠 리뉴얼 관련으로 예산팀에 올해 2억원을 요청했으나, 현재 다른 현안 사업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현되진 못했다"며 "예산이 없어 현재로선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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